'왕의 남자' 저비용 고효율 실천 '왕대박'

1등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시사하는 바가 있다. 5일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 제작 씨네월드-이글픽쳐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 들어간 총비용은 약 65억원(순제작비 45억+프린트 및 마케팅비용 20억). 아이엠픽쳐스가 발표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개봉된 한국영화는 총 87편. 평균 45억900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작품당 평균 관객수는 오히려 2004년 보다 12.8% 감소한 29만5000여명에 그쳤다. 한국영화 전성기라지만 100만 관객조차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왕의 남자'는 평균치를 살짝 웃도는 비용을 들이고 '왕대박'을 터뜨렸다. ★ 성공 노하우 '왕의 남자'는 전야제를 포함 29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돌풍을 예고했다. 이는 개봉 전 시사회부터 이어진 입소문에 따른 것으로, 이같은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는 상영 기간 내내 이어졌다. 물론 이는 상업적인 '재미' 외에도 평단의 호평이 말해주듯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또 '왕의 남자'는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경제 원칙을 제대로 실천해 보였다. 우선 '스타' 대신 연기력을 우선으로 캐스팅을 해 몸값의 거품을 뺐고, 부안영상테마파크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세트 제작에 필요한 40억원 이상의 돈을 아낄 수 있었다. ★ 기록 달성의 의미 현재 추세대로라면 '왕의 남자'가 1200만 관객을 달성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1200만명의 관객이 든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경제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순수 관람료 수입만 840억원. 여기에 한국은행의 영화산업 생산유발계수(1.928)를 곱하면 파급 경제 효과가 약 1620억원에 달한다. 이는 중형 승용차 3600대, 고급 휴대폰 30만여 개를 생산한 것과 같다. 역대 흥행 10걸 안에 하나도 없을 정도로 생소했던 사극이 성공함으로써 향후 소재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다. '스타 캐스팅'과 '대작'에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 남겨진 숙제

이제 국내 시장을 평정한 '왕의 남자'는 해외 진출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도올 김용옥 선생이 영어 번역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고, 배급 문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에 대해 '왕의 남자'가 논란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초 주목을 끌지 못해 260여 스크린에서 상영됐다가 400개 스크린으로 확대 상영되며 성공한 이 작품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게 진정한 배급이요, 성공이다. '왕의 남자'는 스크린쿼터터가 축소돼도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가 없었다면 이 작품이 극장에 걸릴 수나 있었겠느냐. 스크린쿼터가 있었기에 '왕의 남자'는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