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팻감 부족

〈제16보〉(184~200)=필쟁의 요소인 ●자리를 흑이 막 차지한 장면. 186까지 선수한 뒤 187로 우변을 잡아선 광활한 우변이 몽땅 흑에 편입됐다. 그러나 좌상귀에서 중앙을 거쳐 하변에 이르는 백 집도 축구장 하나가 들어갈 만큼(?) 엄청나다. 도대체 누구 집이 더 많은 거지? 형태로는 백이 약간이라도 앞선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백이 여기저기 당할 곳이 많다.
188로 패를 때린 것은 정수. 가장 큰 곳인 ‘가’를 둘 수 있다면 백도 희망이 있지만 흑이 ‘나’의 패를 강행해올 때 난처해진다. 팻감이 모자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안타까움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한 방이면 적병을 섬멸할 수 있건만,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총알이 떨어진 병사의 심정이 이럴까.

189도 얄미운 선수. 굴욕적이지만 190이 불가피하다. 백이 두 눈 질끈 감고 ‘가’를 차지하면 참고도의 수단이 발생한다. 역시 팻감 부족이 초래한 아픔이다. 그래 놓고 구리는 다시 △로 따내 패를 즐기기 시작한다. 한국 검토실의 힘 빠진 탄식 소리. 중국 검토실 쪽 목청이 어느 새 또 한 옥타브 높아졌다. (191 197…△, 194 200…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