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걸즈' 니들이 재즈를 알아?

2량짜리 통학 전철이 다니는 시골의 한 고등학교. 보충 수업을 받던 낙제생 토모코(우에노 쥬리)는 야구 시합에 응원간 합주부에게 도시락을 전달해준다는 구실로 친구들과 ‘땡땡이’를 친다. 그러나 전달과정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도시락을 먹은 합주부 전원이 식중독에 걸리고 만다. 죽기보다 보충수업이 싫은 13명의 낙제생은 또 한번의 ‘장기간 땡땡이’를 위해 합주부를 대신하기로 결심한다. 청일점 나카무라의 제안으로 재즈 밴드 ‘스윙걸즈(Swing Girls)’를 결성하지만, 재즈의 ‘ㅈ’도 모르는 시골 소녀들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돈 한 푼 없는 소녀들이 악기를 산다는 건 무리. 건널목의 음향 신호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재즈로 즉석 편곡할 정도로 재즈 삼매경에 푹 빠진 이들은 악기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스윙걸즈’는 수중 발레에 도전하는 남고생을 다룬 ‘워터보이즈’의 여고생 버전이다. ‘수중 발레’가 ‘재즈’, ‘삼각 수영복 입은 남고생’이 ‘세라복 입은 여고생’으로 치환됐을 뿐,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엽기발랄 모드와 기발한 엉뚱함은 여전히 팔딱팔딱 살아있다.
한 장면 한 장면 만화책을 넘기는 듯한 재미는 ‘스윙걸즈’가 악기를 사기 위해 ‘알바 전선’에 뛰어들면서 절정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할인점으로 간 이들이 옷을 입지 않은 ‘건장한’ 남자 마네킹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이는 ‘집단 키스극’과 불법으로 송이 채취를 가서 멧돼지를 잡는 장면. 특히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멧돼지에게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정지화면으로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제아무리 돌부처라도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멧돼지신에서는 ‘웰컴 투 동막골’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실제로 ‘…동막골’(2005)의 멧돼지신이 ‘스윙걸즈’(2004)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코믹’이라는 관점에서만 볼 때 ‘스윙걸즈’가 한 수 위. 국군과 인민군의 화해의 모멘텀으로 작용한 ‘동막골’의 멧돼지 장면에 비해 훨씬 과장되고 만화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요소는 13명의 ‘스윙걸즈’ 멤버들이다. 실제로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했던 주인공들이 하나씩 악기를 배워 실연(實演)으로 촬영을 마무리한 노력은, 자칫 터무니 없는 스토리에 머물 수도 있던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츠네오를 좋아하는 여대생 카나에 역으로 얼굴이 익은 ‘우에노 쥬리’는 웃음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일등공신. ‘으랏차차 스모부’ ‘워터보이즈’ 등에 출연했던 코믹배우 다케나카 나오토도 숨은 보석이다.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