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 소년 對청년

〈제1보〉(1~18)=봄 햇살이 바둑판 위에까지 내려 앉았다. 겨울 잠에서 갓 깨어난 개구리 한두 마리 폴짝 뛰어들 것만 같은 경칩(驚蟄)날 아침. 대국장은 깔끔하고 직원들은 모두가 상냥하다.
주한 중국문화원서 결승 5번기가 스타트하는 날. 구리(古力)와 천야오예(陳耀燁)가 마주 보고 장승처럼 버텨 앉았다. 슬그머니 솟아오르는 심술.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2년 연속 남의 잔치다. 그 쟁쟁하던 우리 기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홀수를 맞힌 천야오예, 망설임 없이 흑 돌을 당겨 간다. 덤 부담이 중국 룰에 비해 1집이 적으니 너무도 당연하다. 만 16세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소년. ‘아기 스님(童僧)’의 이미지다. 23세 청년 구리가 훨씬 듬직해 보이는 건 일종의 대비(對比)효과일까.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중국 대륙의 현역 1인자니까.
5까지 뚜벅뚜벅, 빠르게 놓였다. 6에서 처음으로 장고(4분)한다. 소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7. 큰 밀어붙이기다. 창 밖의 화창함이 유행 정석을 부른 건 아닐까.
그는 박문요와의 준결 때 16으로 참고도 1에 끊어가 재미를 봤었다. 길을 정하자 쌍방의 손길이 다시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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