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의 '망신 종합선물세트'

지난 6일 열린 제7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환호와 영광의 무대였다. 이안 감독은 동양인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고, 동성애와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저예산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크래쉬'는 나란히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전날에는 쑥스러움과 민망함의 무대가 펼쳐졌다. '단돈 1달러를 내고도 보기 아까운 영화'를 선정하는 제26회 골든 래즈베리상의 부문별 주인들이 발표된 것. 이번 골든 래즈베리상의 최고 히어로(?)는 단연 톰 크루즈였다. 최근 잇단 게이설에 시달리며 신년 초 영국의 한 연예잡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배우' 1위에 등극하기도 했던 크루즈는 이번 시상식에서 자신과 자신의 전처(니콜 키드먼), 현재 애인(케이티 홈즈)이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크루즈는 지난해 5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소파 위를 펄쩍 뛰며 홈즈와의 교제 사실을 밝히는가 하면, 6월에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청혼하는 등 유난을 떨었다. 그 결과 크루즈와 홈즈 커플은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지겨운 타블로이드지 기삿거리' 부문 수상자로 뽑혔고, 키드먼은 영화 '아내는 요술쟁이'에서 함께 주연을 맡았던 윌 퍼렐과 함께 '최악의 영화 커플'에 선정됐다.

이 밖에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인 제니 매카시가 각본과 주연을 맡은 영화 '더티러브'는 '최악의 영화', '최악의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하우스 오브 왁스'에 출연했던 힐튼가의 말썽꾸러기 패리스 힐튼은 '최악의 여우조연상'에 뽑혔다. 지난 80년 할리우드의 PD 겸 카피라이터인 존 윌슨에 의해 시작된 골든 래즈베리상은 45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수상자(작)를 결정해 매년 아카데미상 시상식 바로 전날 발표한다. 물론 시상식도 하고, 금색 페인트칠을 한 플라스틱 트로피도 주어지지만 수상자들이 참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편, 이 상은 주로 명성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들이 수상하게 되는데, 마돈나와 실베스터 스탤론은 '20세기 최악의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포츠조선 김천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