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9단을 걸고

〈제4보〉(47~63)=같은 나라 기사끼리 결승을 가져 싱겁다는 말도 나오지만 정작 본인들은 심각하다. 세계 정복이 어디 자주 찾아오는 기회던가. 둘 모두 결승 진출 자체가 처음이다. 이기는 쪽은 단위도 일약 九단으로 껑충 뛴다. 메이저 국제 기전 우승자는 무조건 최고 단위를 수여하는 중국 국내 규정 때문. 특히 천야오예로선 세계 최연소 입신(入神)의 영예까지 따라올 판이다.
11분의 숙고 끝에 47로 뛰어든다. 한·중 양국 프로들이 입을 모아 혹평한 문제수. 62까지는 정석(定石)이지만 좌변 백의 품이 너무 돋보이는 바둑이 됐다. 부분적 정수의 집합인 정석도 전체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교훈이다. 47로는 48에 붙여 좌변 폭파를 서둘거나 그냥 ‘가’로 전개할 장면. 참고 1도였으면 창창한 진행이었다.
흑으로선 상대가 50으로 설마 아래쪽에서 젖혀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다. 참고 2도의 절충 후 실전보 ‘가’라면 제법 괜찮은 그림이니까. 어쨌거나 47은 천야오예가 ‘포석에 약한 기사’란 딱지를 옴팍 뒤집어 쓴 문제의 일착이었다. 63은 어땠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