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한국영화는 어땠을까

1996년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불과 23.1%였다. 그 해 흥행영화 5위 내에 든 한국영화는 ‘투캅스 2’ 단 한 편 뿐이었다. 그러나 1996년은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맹렬히 타오를 한국영화의 불씨가 이글거렸던 의미심장한 해였다. 탄생 100년을 막 넘긴 영화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그 해, 한국에선 부산국제영화제가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강제규 임순례 홍상수 감독이 일제히 데뷔하며 충무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서울 낙원동에 자리잡은 서울아트시네마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1996년의 한국영화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이색 회고전 ‘한국영화 1996 - 10년의 기억’을 17일부터 26일까지 연다. 걸출한 시네아스트의 탄생을 신선한 충격으로 알린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충무로 대중영화의 외연을 확장한 강제규 감독의 히트작 ‘은행나무 침대’<사진>, 배창호 감독 특유의 로맨티시즘이 잘 녹아 있는 ‘러브 스토리’, 성장통을 앓는 세 젊은이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려낸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 인류학자의 손길과 휴머니스트의 시선으로 전통적인 장례식을 다뤄낸 임권택 감독의 ‘축제’, 이명세 감독의 완벽주의적 연출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멜로 ‘지독한 사랑’, 윤도현을 주연으로 삼아 록음악에의 꿈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의 세계를 담아낸 김홍준 감독의 ‘정글스토리’, 80년대 운동권의 후일담을 다룬 김응수 감독의 ‘시간의 오래 지속된다’, 새로운 미학적 시도를 보여준 박헌수 감독의 ‘진짜 사나이’와 김용태 감독의 ‘미지왕’ 등 장편 10편이 상영된다. ‘있다’(감독 박찬옥) ‘허스토리’(민규동) ‘광대들의 꿈’(송일곤) ‘생강’(정지우) 등 단편 4편도 함께 소개된다. 22일과 25일에는 심포지엄도 열린다. www.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