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 대학 교수 은숙(문소리)은 여러 남자들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욕쟁이 만화가 석규(지진희)가 강의를 맡게 되어 찾아온다. 관심 없는 듯 데면데면한 두 사람. 그러나 둘에게는 숨기고 싶은 10대 시절 사건이 있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16일 개봉)은 두 시간 낄낄대다 부담 없이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섹스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에겐 기이하게까지 느껴질 작품이다. 카메라는 꼼짝 않은 채 버티고 서서 사각 프레임 안에 피사체를 감금하고, 편집은 연결보다 균열을 과시하며 툭툭 튄다. 행여 관객이 동화될까봐 배우들은 과장된 움직임으로 거리를 만들고, 무위(無爲)의 미술은 내내 텅 빈 듯 휑한 공간에 썰렁한 공기를 깔아둔다. 연기자들은 과감하게 노출하지만 희화화된 스타일 때문에 별로 야하지 않다.
이하 감독의 이 데뷔작은 패기만만한 시도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그는 모든 것을 낯설게 만들려고 했던 의도를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의문은 바로 그 다음 지점에 놓인다. 소격 효과라는 기술적 목표를 넘어선 이 영화의 미학적 비전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실험 자체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은 없다. 대중 앞에서 실험을 시연하는 사람은 그 실험이 뭘 의미하고 어떤 (효과가 아닌) 결과를 끌어내는지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극중 등장하는 오리 모양의 배처럼 동동 뜬 이 영화의 형식적 시도는 낯설지언정 새롭지 않다. 일례로 배우들이 특정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는 장면을 길게 삽입하고, 연기자가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순간들을 곧바로 점프하듯 이어붙여 편집의 바늘땀을 일부러 드러내는 방식은 일본 거장 기타노 다케시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리고 문소리의 양식적인 연극적 연기와 지진희의 사실적인 브라운관 연기의 부조화까지 의도였던 것은 아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