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快調

〈제8보〉(95~110)=절친한 동료일 경우에도 승부 앞에선 베어야 할 적(敵)이다. 내 땅도 아닌 타국에 단 둘이 동행했을 경우의 처신은 특히 어렵다. 대국 때야 바둑만 두면 되지만 나머지 시간들이 문제. 못 본체 하자니 외롭고, 함께 행동하자니 평소와 달리 서먹서먹하다. 둘은 전날 따로 지냈다는 소문. 바둑계에서나 볼 수 있는 희한한 풍경이다.
3분을 끙끙 앓던 천야오예, 할 수 없다는 듯 95로 굴복한다. 96에 두어 계속 추격하고 싶지만 참고도의 진행이 보인 것. 24까지 흑이 견디지 못한다. ?가 와있는 바람에 96 때 ‘다’로 건너붙여 끊는 맛도 사라졌다. 96은 중앙 흑을 역으로 고립시키면서 하변의 백지(白地) 편입도 노리는 천하의 요충이었다.
우변이 이렇게 깨져선 집으로 흑의 뚜렷한 비세. 99로 유랑 길에 나선 흑의 신세가 처량하다. 이 바쁜 와중에 103은 뭘까? 백이 먼저 이곳을 단수하면 흑 ‘가’로 때려내도 백 ‘나’로 요석이 잡힌다. 그렇더라도 103은 ‘가’가 정수. 104로 하변을 키우며 106으로 공략해선 백 쾌조(快調)의 진행이다. 흑은 109까지 공배(!)를 열심히 메워가는 형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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