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운 마저 外面

〈제10보〉(127~137)=오전 소비 시간은 흑이 2시간13분, 백은 단 49분. 시간 사용량은 형세의 바로미터다. 주잉제(朱英傑) 중국문화원장 주최의 오찬에 초대받는 바람에 둘은 어쩔 수 없이 붙어 앉았다. 1시간 반이 걸리는 풀 코스. 대국자는 이런 자리가 딱 질색이다. 입맛도 없는데다 분위기가 워낙 불편하기 때문. 결국 요리 몇 가지를 건너 뛴 채 수저를 놓더니 구리는 2층 검토실로, 천야오예는 6층 대국실로 갈라져 휴식을 취했다.
127은 비상 수단. 134로 135는 참고 1도 6까지의 수단이 있어 흑 3점이 아래로 도강(渡江)한다. 134로 ‘가’에 잇는 것도 흑 ‘나’로 치중당해 똑같은 결과. 흑 135로 참고 2도 1로 단수하면? 지금은 백 4의 선수가 들어 흑이 사는 수가 없다. 운마저 안 따르는 셈. 136까지, 흑 3점 결사대가 고스란히 잡혀선 하변 백집이 무려 25집 플러스 알파를 헤아린다. 이대로 끝장일까. 하지만 ‘천재 소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역시 뭔가를 보여준다. 137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묘착. 백의 응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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