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괜찮아요?' 버거운 현실… 꿋꿋하게 버텨내다

하루 종일 수박 한 개 못 팔아도 수박 장수는 수박 장수이듯, 10년째 영화 한 편 못 만들었어도 영화감독은 영화감독. 상훈(김유석)은 자존심 하나로 버텨나가는 감독 준비생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녹록지 않다. 치매에 걸려 걸핏하면 가출하는 장인(이순재)을 돌봐야 하고, 무용학원을 차려 집안 생계를 꾸리는 아내 민경(김호정) 눈치도 살펴야 한다. 무능력한 아빠를 응원하는 아홉 살 아들 병국만이 유일한 지지세력. 누추한 백수는 꿋꿋하게 시나리오를 고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모두들 괜찮아요?’는 남선호 감독의 데뷔작. 러시아 영화학교 졸업 후 10여년 동안 연출 데뷔를 준비해온 감독의 자전적 작품이다. TV 베스트극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홈 드라마 성격의 소품이지만,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작지 않은 매력을 지녔다. 페이소스 짙은 고교 동창들과의 술자리 에피소드나, 아내의 샤워를 기다리다 컴퓨터 오락에 몰두하는 상훈의 몰지각은, 이 야심 없는 영화의 뼈대를 채워주는 풍성한 살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상훈의 시선이지만, ‘모두들 괜찮아요?’의 실질적 화자(話者)는 아내 민경이다. 한때 전도유망했던 무용학도는 무능력한 남편 탓에 동네 학원 원장으로 주저앉았고, 치매 환자 친정 아버지와 철없는 아들은 자신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미래에 희망을 걸고, 버거운 현실을 버텨내는 민경의 하루하루는 김호정이라는 배우 덕에 설득력을 얻었다. ‘플란다스의 개’ ‘나비’ ‘꽃피는 봄이 오면’을 통해 호의적 관객을 늘려왔던 이 믿음직한 배우는, 이번에도 자신의 내면과 외연을 한 뼘 더 넓혔다.
영화적 새로움이나 상상력에 대한 불만은 ‘모두들 괜찮아요’가 짊어져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짐이다. 그 책임은 홈 드라마라는 장르 자체의 협소함으로 미뤄두고,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진정 그의 재능을 평가해야 할 것 같다.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