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나' 얽히고 설킨 4명… 미국의 탐욕 파헤치다

미국의 대(對) 중동 석유정책에 대한 치부를 폭로하고 있는 ‘시리아나’는 4조각의 퍼즐로 이뤄져 있다. ①은퇴를 앞둔 CIA 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는 중동 산유국의 왕자 나시르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②에너지 컨설턴트 브라이언 우드먼(맷 데이먼)은 나시르 왕자가 초청한 파티에서 안전사고로 아들을 잃는다. ③변호사 베넷 홀리데이(제프리 라이트)는 중동에서 석유 채굴권을 빼앗기고 작은 회사와 합병한 석유 기업 코넥스의 비리를 추적한다. ④합병 탓에 일자리를 빼앗긴 파키스탄 노동자 와심(마자 무니르)은 자살테러범으로 제 한 몸을 던진다.
번호까지 붙여가며 4명의 사연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퍼즐의 아귀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행하게 질주하던 각각의 플롯은 중반 이후에야 접점을 찾는다. 임무에 실패해 CIA로부터 버림받는 밥이 왕자 암살의 배후와 이유를 독립적으로 추적해 들어가면서부터다. 난이도 10에 가까운 난해한 퍼즐이지만, 일단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각각의 플롯을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아가는 연출력도 압권이지만, 나라의 부를 다시 되찾으려는 중동 왕자를 통해 미국의 탐욕을 반성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직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스티브 개건 감독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한 ‘트래픽’의 시나리오를 썼던 인물. 시나리오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든 스타들이 자신의 몸값을 스스로 낮춘 뒤 연기에 달려들었다. (여성팬들은 당황하겠지만) 배불뚝이 아저씨처럼 몸집을 불린 조지 클루니는 이 작품으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조연이라고도 불리기 힘든 작은 역할을 맡은 맷 데이먼도 영화의 뼈대를 받치는 훌륭한 버팀목이 됐다. 영화의 제목 ‘시리아나’는 워싱턴의 정치 참모들이 미국의 이해관계로 재편한 중동의 새로운 지역 구도(미국의 이상향)를 일컫는 은어.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