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시나리오

〈제2보〉(15~28)=휴식일이던 전날 둘은 명동 부근까지 진출, 함께 PC방에서 어울렸다는 후문. 1국을 앞두었을 땐 외출하는 구리를 애써 외면한 채 숙소에서 꿈쩍도 않던 천야오예다. 16세 소년의 몸으로 객지에서 더 이상 홀로 버티긴 힘들었을까. 바둑은 바둑이고 친분은 친분이라지만 승부사들에겐 쉽게 양립할 수 없는 명제다.
15로 한 번 젖힌 뒤 17로 빠졌다. 천야오예는 참고 1도의 상형(常形)을 예상했던 듯 손길이 멈칫한다. 22까지는 정석의 과정. 배석(配石)상 23이 안성맞춤이다. 24로 ‘가’에 끊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참고 2도 12까지 백은 온 동네가 망가진다. 26을 기다려 차지한 27이 절호점. 여기까지, 흑이 준비한 시나리오가 척척 맞는 느낌.
26으로 다른 수는 없을까. 백 ‘나’가 검토됐으나 흑 ‘다’ 때 백이 ‘라’를 손 뺄 수 없어 별무신통이란 결론이다. 때 이른 흑 우세론 속에 놓인 28이 호처(好處). 백도 중앙의 잠재력이 좋아 아직 비관할 때가 아니다. 흑의 다음 수를 한 번 맞춰 보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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