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 三단, 돌풍타고 바둑리그 상륙

기존 질서를 깨는 게 승부사 최고의 미덕이라면 김혜민(20·사진) 三단이야 말로 ‘혁명의 기수’다. 김혜민은 지난 주 벌어진 2006 한국바둑리그 예선에서 당당히 본선을 밟았다. 첫 판에서 신예 강호 홍기표를 꺾은 데 이어 김동엽 장수영 등 두 쟁쟁한 ‘입신(入神)’을 연파하고 티켓을 따낸 것. 올 들어 프로 기사들에게 부쩍 선망의 표적으로 떠오른 바둑리그에 저단진 소녀 기사가 ‘깜짝 쇼’를 펼칠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성 기사의 바둑리그 입성은 루이나이웨이 박지은에 이은 세 번째. 조혜연을 포함한 이들 3명이 여류 바둑계를 배타적으로 독과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욱 신선하다. 김혜민은 지난 연말 벌어진 마스터즈 여왕전에서 2위에 오른 바 있으며 올해 전적은 7승 8패. 이 밖에 오규철 九단은 역대 최고령 ‘한국바둑 리거’ 기록을 경신했다. 조훈현 서봉수보다 한 살 많은 54세. 한편 노장 백흥수(65) 五단은 거함 양재호 九단을 제친 후 유재성 三단까지 제압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준결에서 조대현 九단에게 분패, 무려 30년 만의 본격 기전 본선 진출을 눈 앞에서 놓쳤다. 선수 40명이 총 8개 팀으로 나뉘어 치를 올해 바둑리그는 20일 개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