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타계 신상옥 감독은 누구?

11일 밤 타계한 고 신상옥 감독은 영화제작자, 감독, 촬영기사의 직함을 거치며 54년간을 영화계에 몸담아온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었다. 1946년 함경북도에서 출생한 고인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경성중학교와 일본 도쿄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한 신 감독은 1952년 '악야(惡夜)'로 감독 데뷔한 뒤, 이듬해 당시 톱스타였던 최은희와 결혼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60년대 이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성춘향', '연산군' 등 대표작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20대의 천재성을 드러냈다. 이 시기 그의 작품들은 날카롭고 신선한 역사의식과 특유의 심리묘사를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성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감독으로서 왕성한 활동은 벌이던 1978년 1월 아내인 최은희가 홍콩에서 영화 홍보를 하던 중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되고 6개월 뒤인 7월에는 신 감독 역시 납북되는 초유의 사건을 겪는다. 이후 신 감독은 북한에서 '돌아오지 않는 밀사', '탈출기', '사랑 내 사랑', '소금', '심청전', '방파제', '불가사리'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과 북한에서 동시에 영화 작업을 벌인 인물로 기록됐다. 이 중 고려시대 민담에 기초한 '불가사리'는 2000년 7월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북한 영화 1호. 신 감독 부부는 납북 8년 만인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의 미국 대사관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했다. 신 감독은 탈북 후 줄곧 미국에서 체류하며 KAL기 폭파사건을 다룬 '마유미'(1990),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 사건을 다룬 '증발'(1994) 등을 감독하고, 1994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2000년 한국에 영구 귀국했으며 유작으로는 2002년 신구가 주연을 맡은 미개봉작 '겨울이야기'가 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