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날아간 찬스

〈제9보〉(108~120)=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이틀 전 1국 때 다정히(?) 붙어 앉아 식사했던 두 사람. 하지만 오늘은 따로따로다. 구리는 2층 검토실에서 볶음밥을, 천야오예는 6층 대국장에서 중국식 국수를 들었다. 한국기원 관계자가 “두 사람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귀띔한다. 아무리 친해도 대국 때는 적(敵)이란 뜻일까. 그리고 적과의 식사는 그만큼 불편한 모양이다.
108은 실착. 지나친 긴장감은 종종 집중력 부족을 잉태한다. 단순히 ‘가’로 두들기고 흑 ‘나’ 때 ‘다’로 2단 젖혔더라면 흑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국면이었다. 108 때 흑 116을 기다려 ‘가’로 두려는 생각이었지만 일방적 수읽기. 흑이 113까지 자체 보강과 함께 역습을 노려오니 심상치 않아졌다.
이제 와서 참고도 백 1은 7까지 응접 후 8의 먹여침으로 상변 백 대마가 오히려 곤경에 빠진다. 116, 118은 말하자면 ‘이판사판’의 절단이었고 흑도 119로 맞끊어 숨가쁜 공방이 계속된다. 115가 오전 대국 마지막 수. 훗날 중국 기사들은 이 판을 “점심 전 승부가 끝난 바둑”이라고 했다. 120으로 ‘나’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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