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실 줄 몰랐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고 신상옥 감독의 부인 최은희 씨는 남편의 갑작스런 타계에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신 감독은 지난달 19일 간 수술을 받고 어느 정도 차도가 있다가 11일 밤 갑자기 병세가 악화해 유명을 달리했다.
12일 오전 빈소를 지키는 내내 오열한 최은희 씨는 "남편이기 이전에 위대한 감독이었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최은희 씨는 53년 신 감독과 결혼한 이래 인생의 반려자이자 동료 영화인으로 반세기를 함께 했다.
"신 감독은 영화밖에 모르던 분"이며 고인을 추억한 최은희 씨는 "우리 부부의 삶도 그 자체가 영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빼놓고는 다른 여가 생활을 얘기할 수 없다"고 깊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말년에는 여행도 좀 하고 편하게 살자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가셨다"면서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은희 씨에 따르면 신 감독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그의 예술을 집대성한 역작 '칭기즈칸'을 구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한편, 신 감독은 자신도 병세가 호전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특별히 유언을 남기지 못했다.
유족 측은 "신 감독이 지난달 수술 직전 아들인 신정균 영화 감독에게 '어머니께 잘하라'고 남긴 한 마디가 유언 아닌 유언이 됐다"고 전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