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 뻔한 드라마? 배우들 연기하기 나름!

고용주에게 대들다 해고된 말 조련사 벤(커트 러셀)은 밀린 월급을 받는 대신 다리가 부러진 명마 소냐도르를 데리고 집에 온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벤의 가족은 소냐도르를 재기시키는 데 모든 희망을 건다. 벤의 어린 딸 케일(다코타 패닝)은 아버지와 함께 헌신적으로 말을 돌보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역경에 접한다.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가족드라마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박진감 넘치게 경기 내용을 찍어내더라도 승부 결과는 예정된 승리를 확인시켜주는 수준에 머물기 일쑤고, 전개 도중 구성원 간 갈등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고 해도 결국 가족은 화해와 용서로 대단원을 맺기 마련이다. ‘드리머’(13일 개봉) 역시 뻔하다. 그러나 개성이 없다는 사실이 감동을 경감시키진 않는다. 할리우드가 특수효과나 액션 못잖게 잘 다루는 것이 바로 드라마인 것이다.
‘아이 엠 샘’ 이후 너무 많은 찬사가 쏟아져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여겨지는 올해 나이 열두 살 다코타 패닝의 연기는 물론 탄복할 만큼 괜찮다. 그러나 ‘드리머’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는 커트 러셀로부터 나왔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신념을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에 담아낸 그의 호연은 ‘미국인의 이상적 아버지상’ 하나를 잡힐 듯 생생히 빚어냈다. 엘리자베스 슈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등 나머지 출연진도 훌륭하다. ‘드리머’는 좋은 배우들이 뻔한 드라마를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