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캡틴 김대출' 동심, 도굴꾼 마음을 훔치다

모든 인간은 자신을 닮은 것을 낳는다. '마이캡틴 김대출'(감독 송창수, 제작 진인사필름)은 경주가 고향인 감독의 경험이 녹아든 영화다. 유적지를 맴도는 도굴꾼들, 토총을 놀이터 삼은 아이들, 향수와 꿈이 있는 서커스단…. 직접 시나리오를 쓴 송창수 감독은 "어릴 적 보고 느끼고, 어른들에게 들은 얘기"에 현실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대를 이은 도굴꾼 김대출(정재영)은 아버지의 숙원이었던 국보급 불상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하지만 곧 도둑맞는다. 단서는 지민(남지현)과 병오(김수호)가 쥐고 있다. 그런데 둘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초딩들'. 지민은 자신을 키우는 강아지를 '여보야~'로 부르고, 병오는 밤마다 뱀파이어를 흉내 낸다. 김대출은 불상을 되찾기 위해 아이들의 정신연령에 맞춰 대화하고 행동한다.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에게 접근했지만 어느새 동심에 동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카메라는 한시도 경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소 심심한 배경을 극복할 장치는 집약된 이야기와 메시지다. 영화는 앞서 소개한 세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지민과 병오는 김대출은 '대장'으로 부르며 자신들의 세계에 끌어들인다. 김대출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짜임새 있는 에피소드를 만든다. 초반부가 만연체로 기술되기 때문에 흐름이 더디다. 캐릭터 성격을 세밀하게 그리고 싶었을까. 하지만 덕분에 '범죄자' 김대출이 감화하는 과정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과욕은 아닌 듯싶다. 아역들의 연기는 놀라움보다는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앞설 정도로 빼어나다. 아이들을 부각시키기 위해선지 정재영은 짐짓 존재감 없이 행동하고 표정 짓는다. 하지만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구축하면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역시!'란 감탄사를 자아낸다. 세 사람에게는 각각 떠받치는 조역들이 '할당' 돼 있다. 지민의 할아버지(김도경)는 필드에서 골프공을 주우며 지민의 부모 역할을 대신한다. 병오에게는 아들을 위해 공중그네에 매달리는 서커스단원 엄마 애란(장서희)이 있다. 김대출 곁에는 비리 경찰(이기영)이 붙어다니며 극의 갈등을 유발한다. 이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주연들의 관계에 맛깔스런 고명처럼 작용한다. 지금도 경주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일상. 여기에 '마이캡틴 김대출'은 돋보기를 들이댄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위적이지 않다. 감동의 깊이와 스케일은 잔잔한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이 김대출을 물들이는 여운은 상투적인 가족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20일 개봉.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