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兩極化

〈제12보〉(163~178)=바둑은 대표적인 제로 섬(zero sum)게임이다. 나의 기쁨은 적의 슬픔이며 ‘윈 윈’이란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불리한 쪽은 모험이 필요하다. 일종의 베팅(betting)이다. 성공하면 따라잡지만 실패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요즘 유행어인 양극화(兩極化)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초반 삐끗해 뒤처진 뒤부터 백은 초조함 속에 무리를 계속했고, 그 결과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63부터 167까지는 통쾌한 ‘버림돌 재활용’ 작전. 상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임이 실감난다. 166으론 참고 1도처럼 반발하는 게 정답이었다. 이 지경쯤 되면 나아갈 곳과 물러설 곳의 분간조차 희미해지는 것일까.
흑은 169로 말뚝을 박으며 승리를 선언한다. 이 수로는 175에 두고 ‘가’의 교란을 노리는 게 더 강력했다는 지적이지만 이걸로도 충분하다. 포기냐, 또 다른 베팅이냐. 백은 후자를 택한다. 170이 단말마적 승부수. 173으로 176은 참고 2도의 코스로 패(覇)가 된다. 178에 흑이 내밀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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