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로 컴백 조한선, 그윽한 눈빛...깊어진 연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2년여 만에 돌아온 조한선.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스크린 데뷔전을 화려하게 치른 그는 구름 위에 방방 떠 있는 또래 배우들과 달랐다. 겉치레 멘트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대부분과 180도 달랐다. 평범하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일까. 더욱이 2년 가까이 연기를 중단, 쉼표를 찍었던 시간이 그의 연기에 좋은 자양분이 된 듯.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고민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묻어나왔다. 아버지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돌아가신 뒤 돈을 벌 목표를 상실했다. 훌쩍 여행도 떠나고, 친구들과 술도 마셨다. 모든 게 허무하기만 했다. "어느 날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곰곰 생각해봤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바로 연이 닿아 출연을 결정한 것이 '열혈남아'(감독 이정범, 제작 싸이더스 FNH)다. 그러나 촬영 스케줄 상 '연리지'를 통해 공백기를 끊게 됐다. 지난 13일 개봉한 '연리지'(감독 김성중,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뜻한다. 그가 맡은 역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혜원(최지우)을 진실로 사랑하는 민수.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는 '게임'으로 데이트를 즐겨온 그가 우연히 헤원을 만나면서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전형적인 멜로 영화의 밋밋한 캐릭터와는 달라요.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을 키워가죠." 오랜 휴식시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는 평. 우는 신에서도 안약 없이 뚝뚝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지우) 누나가 연기 대선배인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그냥 혜원이로 보이더라구요." 그 어떤 테크닉보다 더 강하게 관객들을 움지이는 것은 바로 진심이 담긴 연기일 터. 마음으로 연기하는 그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라면, 이 봄날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조한선은 '열혈남아'를 최근 끝냈다. 스태프들이 헌팅 여행을 떠날 때 쫓아가서 3박4일을 함께 지냈다. 시장통에 나가서 사투리 하나 건지려고 쭈그리고 앉아 있기를 몇 차례. 연기 갈증을 조금이나마 푼 기분이다. 그러나 조한선은 그간 쟁여놓았던 에너지를 폭발시키려는 듯, 올 한 해는 쉼 없이 달릴 생각이다. 300여 개의 DVD를 소장하고 있고, 진한 느와르를 좋아하는 그이지만 차기작은 장르 불문이란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