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빙하 뚫고 “우리가 또 왔어요”

봄날의 할리우드를 강타한 영화는 다름아닌 ‘아이스 에이지 2’. 20세기폭스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와 손잡고 제작한 작품이다. 개봉 주말 수입만 6800만 달러이고, 3주간 미국에서만 1억4700만 달러 수입을 올리며 2002년 전편이 거둔 북미 총수입 1억7639만 달러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화려한 색채영상’과는 거리가 먼 이 애니메이션. 화이트-블루 일색인 빙하시대 이야기가 관객몰이를 한 비결이 뭘까?
‘아이스 에이지 2’는 이 썰렁한 바탕색이 오히려 매력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빙벽과 순도 100%의 원시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순백의 눈밭은 질감으로 승부한다. 여기에 꺼지고 갈라지는 대지를 종횡무진하는 맘모스·호랑이·코뿔소·거북이 등 수십 종 동물들이 역동적으로 화면을 채운다. 호랑이 털 한올한올이 바람에 날리고 다람쥐 눈꺼풀이 옴짝거리는 디테일은 작은 감동이다.
이야기는 ‘모험기’에 ‘로맨스’가 추가됐다. 맘모스 ‘매니’ 호랑이 ‘디에고’ 나무늘보 ‘시드’ 일행은 자신을 주머니쥐라고 믿는 여자 맘모스 ‘엘리’와 주머니쥐 형제를 만나 해빙기 대홍수를 피해 이동하며 모험을 펼친다. 자신이 최후의 맘모스라고 믿고 있던 매니와 나무에 매달려 잠 자는 엘리가 밀고 당기는 사랑의 줄다리기는 극적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목숨 걸고 도토리를 쫓는 다람쥐 ‘스크랫’. 이 귀여운 녀석의 표정과 액션연기는 전편보다 훨씬 익살스럽고 스펙터클의 매력이 커졌다. 그런데 미국에서 ‘아이스 에이지 2’의 위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3주째 주말(16일)에 코믹 미스터리 ‘무서운 영화4’에 박스오피스 1위를 내줬다. 개봉 2주째는 첫주 흥행률의 50%, 3주째는 전주의 40%가 하락했다. 오프닝수입 면에서도 역대 드림웍스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달성한 ‘슈렉2’(1억804만 달러) ‘인크레더블’(7047만 달러) ‘니모를 찾아서’(7025만 달러)의 벽을 깨진 못했다. 아무래도 작은 이야기 조각들을 약한 내러티브 속으로 밀어 넣는 느낌, 각종 재난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위기·구출 장면 반복이 웬만한 감동에는 ‘뚱’한 어른들을 ‘동(動)’하게 만드는 데는 무리였던 것 같다. 한국에선 어떨까?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