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중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CGV목동’ 매표소 앞은 요즘 평일 11시에도 여자관객들로 북적인다. 모노드라마(1인극) ‘발칙한 미망인’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때문이다. 어머니와 함께 온 박은영(여·28·강서구 화곡동)씨는 “가끔 어머니 모시고 영화는 같이 본 적이 있지만 연극은 처음”이라며 “멀게만 느껴졌던 순수공연이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영화관에서 연극도 보고 온라인게임도 즐기고 콘서트도 감상할 수 있다.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춘 영화관들이 바야흐로 문화생활의 ‘꼭지점’으로 떠올랐다.
3월 2일부터 4월 28일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에 공연하는 ‘발칙한 미망인’은 처음엔 20여명의 관객만 들어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178개 관람석이 매일 절반 이상 차고 있다.
아예 공연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영화관도 있다. 지난 3월 2일 문을 연 CGV압구정은 음악이나 연극 공연을 위한 ‘라이브관’을 따로 갖추고 있다. 오픈 기념으로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신곡발표회와 마술쇼를 선보였던 CGV압구정은 앞으로 다양한 연주회와 연극, 어린이인형극 등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롯데시네마도 3월 초 문을 연 인천 부평점에 235석 규모의 전문 콘서트홀을 들였다. 롯데시네마는 서울 명동에 있는 애비뉴엘점에서 오카리나(비둘기 모양의 서양식 피리) 연주회나 어쿠스틱기타공연을 종종 열고 있다.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는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내년 6월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오픈할 멀티플렉스 체인 ‘프라임시네마’는 뮤지컬공연장과 25개 스크린을 3개층에 걸쳐 선보인다.
CGV 전략기획팀 안지선씨는 “시간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객석 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관람료도 평균 7000원선인 영화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그공연·마술쇼·스포츠중계·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영화관으로 끌어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칙한 미망인’을 공연 중인 배우 성병숙씨는 “대학로에만 갇혀있던 연극을 관객들 집앞으로 끌어오는 길이 열렸다”며 “영화관이 공연계의 ‘블루오션’(경쟁이 심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