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맛보기] 강추영화 5

한국에서 국제영화제를 즐기고 싶다면 가을엔 부산, 봄에는 전주에 가면 된다. 국내2위 규모의 전주국제영화제는 ‘자유-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해마다 200여 편의 장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올해 7회를 맞는 전주영화제는27일부터 5월 5일까지 메가박스·CGV·고사동 ‘영화의 거리’ 등 전주시내 총 18개 스크린을 통해 축제의 불꽃을 쏘아 올릴 예정.

순전히 먹으러 전주에 갔더라도 극장을 슬쩍 기웃거리다 보면 주옥 같은 영화를 발견할 수 있다. 2개의 경쟁부문, 11개의 비경쟁부문 섹션에 세계 42개국에서 출품된 194편 이 포진해 있으니 영화들을 꼼꼼히 보고 골라 성공률을 높일 것. 참고로 개막작은 ‘오프사이드’로 ‘써클’로 명성을 얻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작품이다. ‘금녀의 구역’인 축구장에 소녀들이 남장을 하고 숨어들다 쫓겨나고 응원소리만으로 경기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폐막작은 한국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 고함’. ‘열정과 패기’ 아니면 ‘우울과 절망’으로 묘사되는 이분법적 청춘영화가 아니라 불확실한 일상을 사는 20대 이야기다. 두꺼운 안내책자를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여기 전주영화제를 지휘하는 프로그래머가 안내하는 가이드를 따라보자. 실패률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맛보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전주국제영화제를 즐기길 원하는 분들이라면 우선 ?영화궁전3 섹션 쪽의 상영작에 눈을 돌려 보길 권한다. 최신작에서부터‘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같은 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망라되어 있다. ?비포 선라이즈3의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연출한 야구영화 배드 뉴스베어즈는 형편없는 실력의 리틀야구팀 선수들과 그 팀을 이끄는 술꾼 코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마침내 전원이 노력하여 어엿한 팀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다양한 음악들로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들도 많다.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밤새도록 영화를 볼 각오가 되어 있다면 ?전주-불면의 밤3의 둘째 날 밤(?음악의 밤3) 프로그램을 즐겨도 좋겠지만, 좀 무리가 따른다면 주간에 상영되는 하바나 블루스만이라도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쿠바 하바나 젊은이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한편 인도 발리우드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분들이라면 비르와 자라를 찾아보길 권한다. 장장 192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선입견은 금물이다. 화려한 화면과 카메라워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안무에 집중하노라면 언제 시간이 흘러갔나 싶을 정도다. 좀 색다른 영화들을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겐 ?시네마스케이프3 쪽의 상영작들이 흥미로울 것이다. 공포영화의 팬이라 자부하는 이라면 ?그렘린3의 조 단테가 작년에 내놓은 신작홈커밍을 놓칠 수 없다. 좀비영화의 틀을 빌려 당대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은 미국평론가들에 의해 2005년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했다.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이색적인 공포영화 ?곤충의 집3과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약간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남미영화의 힘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겐 우선 모래의 집을 추천한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했던 작품으로 사막의 풍광을 빼어나게 잡아낸 촬영과 1인 다역을 소화해낸 배우들의 호연이 놀랍다. 이 외에 올해 특별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인도의 거장 리트윅 가탁의 회고전과 소비에트 시기 금지된 걸작들을 상영하는 특별전은 오직 영화제에서만 가능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상영시간과 상영관은 www.jiff.or.kr (063)288-5433.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