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실화 '뎀', 그러나 충격은 없었다

공포 영화가 실화를 소재로 했다고 하면 대개 공포감은 배가된다. 눈으로 확인한 끔찍한 일들이 실제 내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울 수 있을까? 지난 20일 개봉한 '뎀'은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고 하여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으로 들떠있던 2002년 루마니아에서는 2명의 모녀와 2명의 남녀 연인이 잇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 수사 끝에 영화 제목처럼 '그들'이 범인으로 밝혀졌고, 루마니아 전체는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영화는 두 번째 사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교사인 클레멘타인(올리비아 보나미)은 수업을 마치고 연인이자 소설가인 루까(마이클 코헨)의 숲 속 별장을 찾는다. 이곳은 평온한 그들만의 보금자리. 두 사람은 오붓하게 저녁을 마치고 잠이 든다. 하지만 별장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에 칠흑 같은 한밤중 눈을 뜬다. 그 뒤로 카메라는 시종 '그들'에게 쫓기는 두 사람을 따라간다. 때로는 배우의 눈으로, 때로는 관객 혹은 '그들'의 눈으로 시시각각 시점이 바뀐다. 관객은 그때부터 '도대체 그들이 누구야?'라는 궁금증을 품으며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을 체화한다. 공포를 유발하는 장치들은 호러 마니아라면 무척 낯익을 것이다. 숨죽인 고요를 가르는 소음(영화상으로는 굉음이다), 예측불허의 공격, 그리고 아리따운 여성(항상 호러물의 희생양이 되는)에 대한 연민…. 핸드헬드 기법의 촬영은 관객이 마치 배우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게임에 동참하는 효과를 준다. 제작진이 이전에 만들었던 '늑대의 후예'와 비슷하게 칙칙하고 어둑한 화면의 질감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실화에 너무 충실한 탓일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피곤하게 느껴질 무렵, 영화는 갑자기 반전을 공개한 뒤 급박하게 결말로 치닫는다. 감독은 사건 이외에 어떤 다른 군더더기도 붙이기 싫었던 모양이다. '제발 사실이 아니길', '전 유럽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과 같은 홍보문구에 너무 집중하면 반전의 묘미가 떨어질 위험도 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