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 뻔한 스토리...fun한 감동

'인간의 일생은 하느님이 미리 써놓은 동화와 같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감독 권수경,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지오엔터테인먼트) 도입부를 보면 이같은 대사가 나온다. '…기봉이'는 이 대사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2003년 '인간극장'이라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던 지체장애우 엄기봉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마흔살인 엄씨는 어릴 때 앓은 열병 후유증으로 8세 수준의 지능 밖에 안 되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노모를 극진히 봉양해 많은 이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줬다. 실화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기봉이' 역시 확실한 장단점을 안고 있는 영화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심을 모으기는 쉽지만,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그만큼 어렵다. 더구나 휴먼 스토리라는 이야기의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흘러가기 쉬운 것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봉이'는 나름대로 감동을 상업적으로 잘 버무리는 해법을 찾은 것 처럼 보인다. 그 해답은 '웃음'이다. 좀 늘어질 것 같으면 웃음으로 몰입을 돕는다. 특별히 탄탄한 이야기 구조나 현란한 영상을 갖고 있진 않지만, 오히려 호흡을 짧게 가져가면서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웃음을 던져준다. 그런데 그 웃음이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전혀 쓰지 않고도 자연스런 무공해 웃음을 전해준다. 그러나 '상투성'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뭐니뭐니 해도 배우들의 호연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흥행배우'이자 '편안한 이미지'의 배우로 확실히 거듭난 신현준은 기봉이 역할을 제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훌륭히 소화해냈다. 평소 장애우 역할을 꼭 하고 싶었다던 신현준은 성심성의껏 자신을 망가뜨려가며 힘들게 살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효자 기봉이를 열연했다. 김수미는 '일용 엄니'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노모의 애틋한 모정을 표현해 내며 관록을 과시했고, 기봉이를 친자식처럼 보살피는 백 이장 역을 맡은 임하룡 역시 '영화배우'로 완전히 입지를 굳힌 듯 하다. 여창 역의 탁재훈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신현준, 김수미 등과 함께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흥행을 이끌었던 탁재훈은 일천한 연기경력를 특유의 재치로 충분히 커버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계속 기봉이를 괴롭히고 말썽만 부리던 여창이 갑자기 '개과천선'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어색함과 부족함도 작품이 주는 감동과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다. 극중 백 이장이 아들 여창에게 하는 대사 중에 "너는 효도를 입으로 하지만, 기봉이는 가슴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기봉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영화다. 26일 개봉 예정.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