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LG배 통합예선 통과… 주목! 두사람

불사조 조훈현 뤄시허 등 꺾고 본선행 이번 LG배 우승땐 최고령 세계정상 영예

‘돌아온 장고’. LG배 세계기왕전 11년 역사 중 작년 딱 한 번 빠졌던 조훈현(53) 九단이 올해 불사조처럼 복귀했다. 28일 끝난 통합 예선서 올해 삼성화재배 우승자 뤄시허(羅洗河), 중국 신예 장웨이(張維) 등 강자들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두며 본선 티켓을 움켜쥔 것. 중간 휴식 없이 치러진 데다 27일 밤엔 바둑리그까지 출전, 4일간 공식 대국 5판을 소화하는 강행군 속의 쾌거여서 더욱 화제가 됐다.
“에이, 나야 뭐 이제 들러리일 뿐인데…. 망신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죠. 허허.” 조훈현은 과거 다른 기전서는 펄펄 날다가도 유독 LG배와는 인연이 먼 편이었다. 국제 대회 11회 우승(TV아시아 2회 포함)에 빛나는 그는 2002년 6회 때 단 한 번 LG배 결승에 올랐지만 유창혁에게 역전패했고, 그 바람에 세계타이틀 ‘그랜드 슬램’도 놓쳤었다.
현재 정확한 나이는 만 53세 2개월. 마지막 세계 정상 정복 무대가 2003년 1월 끝난 제7회 삼성화재배(49세 10개월)였다. 이는 일본 오다케(大竹英雄)가 보유 중인 50세 3개월(92년 제5회 후지쓰배)에 이은 역대 최고령 2위 기록. 만약 그가 이번 LG배에서 우승할 경우 만 54세를 넘기며 큰 차이로 최고령 1위에 오르게 된다.
9세 7개월 때 프로가 된 후 국내외에서 따낸 157개의 타이틀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사나이. 물론 두 부문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이젠 힘에 부쳐 수가 가물가물한다”면서도 그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이겨나간다. 이 기인(奇人)은 과연 최고령 세계 우승 도전에도 성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신화를 완성해낼 수 있을까. 16세 진시영 중국 천야오예와 함께 올해 본선 최연소 출전 무서운 초단 ‘돌고래’

통합 예선 종료 직후 많은 기사들이 대진표가 붙은 게시판 앞에 모였다. 진시영이 누구야? 어느 고참 기사의 말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초단이랍니다. 나이는 열여덟이라네요.” 아니다. 정확하게는 16년 7개월. 200여명의 한국기원 프로기사들 중 나이 어린 순서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앙팡 테리블이다. 초단이 LG배 본선 진출을 이룬 것은 지금까지 2회 대회 때의 이세돌, 7회 때의 윤준상 등 단 두 명뿐이었다.
파죽의 4연승 가운데 동갑내기 이야마(井山裕太) 七단과 만난 준결승이 가장 짜릿했다. 이야마? 지난해 조치훈의 일본 최연소 우승 기록을 32년 만에 갈아치운 일본 바둑의 희망이다. 진시영은 막판 상대의 실착을 정확히 응징하며 불계승했고, 이튿날 여세를 몰아 한국 출신 일본 기사 김수준 七단을 꺾어 본선 상륙을 매듭지었다. 같은 89년생이자 지난 기 준우승자인 중국 천야오예(陳耀燁)와 함께 진시영은 올해 본선 최연소 출전자다.
6학년 때 연구생에 입문 후 불과 1년 만에 4조까지 치고 올라간 신화의 주인공. 허장회 도장 출신으로 2004년 5월 입단, 작년 GS칼텍스배 원익배 등서 본선에 진입하더니 올해 신인왕전 4강 고지까지 올라섰다. 이미지상으론 속기파일 것 같은데 의외로 제한시간이 많은 바둑을 선호한다. 올 시즌 성적은 연초 11연승 포함, 19승 5패. 두터운 실리형 기풍으로 ‘돌고래’란 별명을 갖고 있다. 통통한 얼굴로 웃을 때면 정말 그럴듯한 별명이란 생각이 든다. 본선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는 뜻밖에도 ‘이창호 사범님’. “어이쿠! 이길 수 있겠어?” “물론 어렵겠죠. 하지만 한번 부딪쳐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