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3’ 미션 성공

‘다이 하드’(1988년)나 ‘스피드’(1994년)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의 만족감과 흡사하다고 할까. 3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3’는 진부해 보이는 액션 영화도 만듦새에 따라 여전히 최고의 오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증명한 수작이다. TV 시리즈 ‘로스트’의 신예 J.J.에이브럼즈는 브라이언 드 팔머, 오우삼 등 액션·스릴러 분야에서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들이 감독을 맡아온 이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아 선배들을 넘어서는 연출력으로 인상적인 장편영화 데뷔를 했다. 하품이 날 정도로 뻔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속편 홍수 속에서 3편이 가장 뛰어난 시리즈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다.
‘짜릿하고 깔끔하게’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 3’의 스타일을 하나씩 따져보면 ‘명품 액션’이 어떤 요소로 ‘제조’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숨가쁘게 휘몰아치는 가운데에도 확실히 강조해야 할 지점에선 충분히 방점을 넣는 편집은 오차가 전혀 없고, 관객에게 수십개의 눈을 달아주는 듯한 역동적 촬영은 영화라는 매체 고유의 활동사진적 쾌락을 강조한다. 특수효과는 요소요소에서 극적 효과를 발휘하되 전면에 나서 기술을 과시하지 않고, 음악은 이 시리즈 고유의 모티브를 변주하면서도 정확한 진퇴의 타이밍으로 보는 이 심장 박동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007 시리즈에서 배운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풍력 발전시설에서 이탈리아 티베르 강변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는 로케이션은 액션의 디테일을 위한 밑그림으로 다양하게 기능한다. 그리고 익숙한 듯 새롭게 설정한 액션의 생생한 디테일 속에서, 영웅을 연기하는 스타는 온 몸을 던지는 프로 정신으로 제대로 빛난다. 언뜻 과도해 보이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이 영화엔 잉여의 흔적이 전혀 없다.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3’가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액션과 드라마를 이중삼중으로 겹쳐서 배치한 효율적 화술 때문이다. 시리즈 관습 그대로 비밀 정보기관의 엘리트 요원(탐 크루즈)이 있고 그가 수행해야만 하는 ‘불가능한 임무’가 있다. 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요원의 아내(미셸 모나핸)가 희생될 위기에 놓인다. 잔인무도한 악당(필립 시무어 호프먼)은 가공할 신무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 한다. 수십년 전 TV 시리즈나 앞선 2편의 극장용 영화로 반복해 만들어졌던 설정 속에서 요원의 ‘사생활’ 모티브가 강조되었다고 이런 종류의 작품에서 갑자기 이야기가 중요해질 리는 없다.

기대하지 않던 드라마의 탄탄함 그러나 이 영화는 아내 동료 상사 악당 등 주요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와 주인공의 관계를 별로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도 하나하나 강렬하게 스케치하는 데 성공해 기대치 않았던 드라마의 재미까지 덤으로 선사한다. 본격적인 볼거리가 펼쳐지기 직전, 관객들에게 액션 설정을 미리 설명해야 하는 불가피한 순간조차 인물 간의 밀도 높은 대화를 통해 드라마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경제성은 블록버스터 스토리텔링의 모범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탐 크루즈‘이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증명 탐 크루즈는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인 사이언톨로지에 관련한 발언과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의 과잉 행동으로 지난 1년간 급격한 이미지 추락을 겪었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심성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 3’를 통해 스타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금 증명한 그가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여전히 크루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얼굴 그 자체이다. 올 아카데미에서 ‘카포티’로 남우주연상을 따낸 필립 시무어 호프먼도 뛰어난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 3’에 ‘인간의 영혼’같은 것은 없다. 그래 봤자 이 작품은 ‘공산품’일 뿐이다. 그러나 탁월한 기능과 디자인을 지닌 공산품은 미적인 측면에서조차 웬만한 예술품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