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철조망' 뒤에 두고온 탈북 청년의 사랑

‘국경의 남쪽’(4일 개봉)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가 차승원의 첫 멜로이기 때문이다. ‘차승원표 코미디’라는 브랜드를 따로 만든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코믹 연기와 막강한 관객 동원력을 보여온 그가 처음으로 작심하고 덤벼든 사랑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북한 예술단의 호른 주자 선호(차승원)는 연화(조이진)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남한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비밀리에 교신해온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해 가족과 함께 급히 북한을 탈출하게 된 선호에게 연화는 곧 뒤따라 가겠다고 약속한다. 남한에 정착한 뒤 연화를 데려오려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북에서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낙담한 선호에게 치킨집을 운영하는 경주(심혜진)가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국경의 남쪽’은 분명 따스한 눈길에서 비롯한 작품이다. 절절한 사랑을 분단 현실의 비극 속에 담아낸 이 영화의 이야기는 충분히 귀 기울일 만 하고, 극중 인물들은 저마다 온전한 체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영화는 투박한 손으로 진행된 작품이기도 하다. 탈북 후 대사관에 잠입하는 장면처럼 긴장감을 자아내야 할 부분에서 액센트를 넣지 못하고, 신파적인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맥스에서 관객이 맘껏 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탈북 과정으로부터 남한 정착 후 펼쳐지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이 일반인 상식을 넘어서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 유기적이지 못한 구성과 장면장면 미처 감기지 못하는 음악에 실려 펼쳐지는 과정을 보노라면 대중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눈이 아니라 손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차승원은 작품 속 깊숙이 스스로를 던졌다. ‘몸짱’의 대명사 격인 배우가 구부정한 어깨와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로 등장해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을 짓는 장면들을 보노라면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러나 많은 장면에서 그는 선호로 보이지 않고 선호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차승원으로 보인다. 흐느끼는 장면과 어린아이처럼 엉엉 통곡하는 장면을 포함해 한 영화에서 무려 다섯차례나 우는 연기를 하고 카메라는 그런 그를 클로즈업으로 화면 가득 담아내는데도, 감동은 생각보다 적다. 열연과 호연은 다르다. 차승원은 이제 또 하나의 실험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