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윌리스, 애니메이션 '헷지' 너구리역 목소리 연기

브루스 윌리스. TV 시리즈 '블루문 특급'으로 스타덤에 올라선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배우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 형사로 낯익은 '액션 히어로'다. 그런 그가 50이 넘은 나이에 느닷없이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헷지'에서 주인공인 너구리 알제이 역을 맡은 것. 알제이는 위기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꼬드겨' 인간들의 음식 탈취에 나서는 영악한 너구리다. 어깨 힘 좍 빼고, 코믹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아오는 브루스 윌리스를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 액션스타의 대변신? 색다른 캐릭터 제안 좋아, 목소리 여성적인 면 부각 ▶ 히어로에게 이런 면도? '게으름'도 젊음 유지 비결, 2년여 美다람쥐협회 대변인

-아직도(?) 생생하다. 비결이 뭔가. ▶그냥 낙천적이다. 아직도 마음은 어린 아이다. 세 아이 역시 나를 정력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적당히 게으른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알제이 역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웃겨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 연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힘든 연기가 웃기는 게 아닌가 싶다. 동시에 가장 보람된 일이기도 하지만…. 그게 '다람쥐' 역을 맡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인 것 같다. -'다람쥐'? 알제이는 너구리 아닌가. ▶뭐? 내가 너구리였다고? 미안하다. 난 정말 알제이가 다람쥐인 줄 알고 있었는데….(하하하) 아마도 내가 미국다람쥐협회 대변인으로 뽑혔기 때문에 헷갈린 것 같다. 벌써 2년 반 정도 됐는데, 이거 참 난리 났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목소리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된 건가? 나름대로 설정인가? ▶영화에 뭐가 필요한지에 대한 모든 결정을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그들이 녹음 중간 중간에 나를 캐릭터에 몰입하게 해줬다. 그리고 목소리는… 약간 내 목소리이기도 하다. 내 목소리가 지니고 있는 좀 더 여성적인 면이라고나 할까. -기존의 이미지가 아닌 재밌는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팀 존슨 감독이 내게 캐스팅 제의를 해 왔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를 구하는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을 제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고. 여기서도 나름대로 '동네'는 구하지 않는가. -배우들이 각각 따로 작업을 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본 후의 소감은. ▶참 이상하고 신기했다. 서로 '당신도 그 영화에 출연했었군요'라는 식이다. 동시에 "우리도 이제 제작의 비밀을 알게 됐구나"하는 느낌도 들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일했던 각각의 배우들이 함께 일한 것 같은 환상을 준다는 것, 이게 애니메이션 작업의 매력이 아닐까. -동물들에 얽힌 가장 '안 좋은 추억'이 있다면. ▶아이다호에서 사과나무를 흔들고 있는 곰을 만난 적이 있다. 경찰들이 출동해서 곰을 쫓아냈지만 아찔했던 기억이다.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곰과 장난치지 말라"고. (스포츠조선 로스엔젤레스(미국)=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