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남녀' 첫눈에 필 꽂히다

프롤로그 : 한쌍의 고등학생 선남선녀가 학교 축제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마치 무도회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지난달 30일 서울 응암동 충암초등학교 대강당은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감독 곽지균, 제작 유비다임씨앤필름)의 두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운명의 공간이 됐다. 여기서 만난 민혁과 미현은 한눈에 반해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장면 #1 무대 : 턱시도를 입은 멋쟁이 지현우.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지PD로 인기를 얻은 그는 개구쟁이(그의 표현대로) 성격의 얼짱 민혁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다. 그의 표정은 크게 상기되어 있다. 친구들에게 끌려나와 학교 축제에서 아카펠라 중창을 선보이던 중 실수를 해 청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설정. 민혁의 목소리가 꺾이면서 '삑사리'가 난다. "딴 사람들은 당황하면서 민혁을 째려봐야지" 곽 감독이 한차례 테스트 뒤 조연들에게 주문한다. "그리고 현우는 실수한 다음 좀 늦게 들어가고."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민혁은 곧 화사한 웃음을 띠며 실수를 무마한다. 그리고 온몸으로 하트를 그리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객석의 미현에게 간접적으로 사랑 고백을 한 것이다. 장면 #2 객석 : 같은 시각 객석엔 미현이 있다. 공연 전 민혁을 눈여겨본 이 얼짱 여고생은 드라마 '변호사들'에서 주목받은 신예 임정은이 맡았다. 심은하와 이영애를 섞어놓은 듯한 용모는 민혁의 눈에도 불을 당겼다. 그녀를 둘러싼 200여명의 청중이 흥을 돋운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지시사항을 전한다 "여러분, 무대에 있는 배우들은 스타가 아니라 보통 학생들이에요. 오버해서 환호하면 안되겠죠!" 그러자 이번엔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아마추어 엑스트라들을 통솔하는 작업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축제 가보셨죠?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떠들어도 돼요." 민혁이 실수했을 때의 반응도 한번은 키득키득, 한번은 왁자지껄, 할 때마다 제각각. 어렵게 OK 사인을 낸 곽감독 "웃음 소리가 좀 큰 거 같은데 나중에 줄일 수 있겠지?" 장면 #3 무대뒤 :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지현우(형 지현수는 그룹 넥스트의 멤버이기도 하다)가 무대에서 실수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다. 이날 사용된 음악은 '할아버지의 시계'. 완벽하게 울리는 화음은 실제 출연진들이 사전 녹음한 것이다. 이날 제작사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객석을 메운 200여명의 청중이다. 이들은 사전 공모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들. "흔치 않은 경험을 위해 응모했다"는 고등학생 이정현양은 "연예인 오빠들을 가까이서 보니 짱이다"며 함께 온 친구들과 함께 흥분했다. 홍보사측은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 모집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학생의 경우 사정을 말하면 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흔쾌히 수업을 빼준다"고 귀띔했다. 에필로그 : 시한부 삶을 사는 미현과 그를 향한 민혁의 뜨거운 순정을 그린 '사랑하니까, 괜찮아'는 이렇게 도입부를 경쾌하게 풀어간다.(하지만 이날 촬영은 거의 마지막에 해당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이란 점을 밝힘으로써 다른 시한부 주제 작품과 차별화를 꾀한다. '겨울 나그네'의 곽지균 감독이 그의 작품 중 가장 젊은 연기자층을 데리고 신세대 멜로에 도전했다. 여기에 지현우, 임정은이라는 샛별, '파리의 연인' 시리즈를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의 시나리오도 기대감을 높인다. 8월 개봉 예정.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