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은 자신을 작품 속에 던졌다"

배우는 태어날까? 만들어질까? 이런 질문을 많이 하지. 그러나 배우는 태어남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거지. 근데 중요한 것은 누구나 배우가 되고 싶지만, 아무나 배우가 될수는 없다는 이상한 진실이지. 그것은 아마도 배우의 핏속에는 연기에 대한 DNA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지.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론을 비롯해 세상에는 수많은 연기론이 존재하지. 그러나 연기란 이론보다는 관객들과의 만남에서 완성되지.그 만남은 위대한 만남이지. 관객들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으니까. 예술은 단순소통 그 이상의 정서적인 교류가 있기 때문이지. '장군의 아들'(임권택 감독, 태흥영화사 제작) 하야시 역으로 데뷔할 때 신현준은 그냥 신인이었지. 이후 그는 '은행나무 침대' '비천무' '킬러들의 수다' '블루' '달마야 서울가자' '무영검'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 데뷔 초기엔 무게있는 작품에 출연하다가 최근에는 코미디형식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어. 영화 속의 신현준을 보면 배우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작품과 배역에 의해 만들어지기도하고, 노력과 시간에 의해 숙성되는 거겠지. 그동안 작품 속의 그의 연기는 과장되기도 했고, 빛나기도 했어. 사실 모든 연기는 리얼리즘 연기일거야. 요즘 화제작 '맨발의 기봉이'(권수경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의 그의 연기를 과장이라고도 볼수 있어.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의 연기가 그렇듯 그의 연기는 설정의 문제이고 표현의 문제지. 사실의 과장을 통한 진실. 그게 이 영화속 배우들의 연기미덕이지. '맨발의 기봉이'는 좋은 영화지. 한국적인 정서 투성이의 영화지. 영화 속의 모녀간의 사랑은 참 아름다운 가족애 그 이상의 감동을 주지. 나 아닌 우리의 문제제기. 함께 사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소중함, 나 아닌 남의 아픔을 끌어안은 인간애. 얼마나 소중한 삶의 요소인가. 영화 속 인물들은 다들 조금씩 부족한 사람들이지. 세상의 많은 외로운 사람들 중의 하나들이지. 그들 곁에도 사람 혹은 그 무엇인가 친구가 있지. 다만 발견을 못할 뿐. 이 영화는 기봉이를 통해 삶의 진정성을 찾게해주지. 풍족함이 부족함을 메워주는 게 아니라, 부족함 그 자체가 또 다른 부족함을 메워주지. 기봉이는 삶의 발견이야. 어쩌면 우리는 조금씩은 부족하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 거겠지. 기봉 역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어. 다만 완주하였을 뿐이지. 사람은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고, 목표 역시 달라. 그것이 사회적 관념이 만들어 놓은 크고 작음이 있을뿐이지. 개인의 입장에서 모든 게 크고 위대한거지. 그동안 장애인들을 다룬 영화는 많았어.'제8요일'은 다운증후군 환자인 장애인을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였고, '사랑하고 싶은 그녀'는 약간의 언어 및 정신장애가 있는 24살의 여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묘사한 로맨틱 코미디영화였지. '포레스트 검프'는 "바보는 단지 지능이 낮은 것" 뿐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새겨들으며, 미국의 격변기를 살아온 한 청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극화한 희극 드라마였지. 더스틴 호프만과 톰크루즈의 명연기가 인상 깊은 '레인맨'은 자폐증의 형을 둔 이기적인 동생이 가족애를 되찾는 내용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그린 명작이지. 이밖에도 '잃어버린 날개', '작은 신의 아이들' '사랑이 머무는 풍경''여인의 향기'는 수작들이 즐비하지. '맨발의 기봉이'도 빛나는 휴먼 드라마지. 배우 신현준은 출연 영화마다 조금씩 부족한 느낌을 받아왔어.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야. 그는 완벽하지는 않아. 그러나 그는 이번 작품으로 연기자로서의 깊이에 한걸음 더 다가섰어. 배우로서의 진정성으로 들어선거지. 누가 신현준만큼 기봉이를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을 작품 속에 던졌어. 배우는 삶의 길위에 서있는 사람들이지. 그 길위에서 출연한 영화와 등장인물을 통해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던지지. TV오락프로에서의 멋있는 신현준이 아닌, 영화속의 진솔한 신현준이 훨씬 위대하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지. 신현준에게 '희생'의 러시아 영화감독 타르콥스키의 말을 주문하면 결례일까? "네가 황제다. 너의 자유로운 혼이 가고 싶은 대로 너의 자유로운 길을 가라. 너의 소중한 생각의 열매들을 실현하라. 그리고 너의 고귀한 행동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마라. 보상은 바로 네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신현준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으로 흐뭇한 '맨발의 기봉이'였지. (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