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 죽음은 예정된 것

끔찍한 사고사 뉴스를 볼 때마다 흔히 얘기한다. '다 팔자'라고. 죽을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이처럼 '죽음은 예정된 것'이라는 관념을 도입, 인물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공포물이다. 지난 2000년 1편과 2003년 2편이 소개된 뒤 골수팬을 양산하며, '쏘우', '큐브'와 함께 현대 '연작 호러'의 대명사가 됐다. 3년 만에 나온 3편은 전작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즉, 주인공의 예지 능력으로 뜻하지 않게 집단 참화를 모면한 일행이 차례로 죽어가는 장면을 관객은 전지적 시점에서 감상하게 된다. 1편의 여객기 사고, 2편의 자동차 사고처럼 3편의 큰 모티브는 놀이 공원의 롤러코스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놀이 공원에 놀러간 웬디(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기 직전, 롤러코스터가 사고로 전복되는 판타지를 본다. 소란을 일으키면서 탑승을 거부한 웬디와 몇몇 친구. 현실이 된 참사는 모면하지만, 이후 '예정된 죽음'은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차례로 희생을 요구한다. 영화의 묘미는 인물들이 죽음에 이르는 사고의 정교함에 있다. 전작은 죽음이 의인화하여 사건에 개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3편은 인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최소한 겉보기엔) 방식을 택한다. 후반부에 주인공은 죽음과 게임을 벌이며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지만 부차적인 흐름일 뿐이다. 피부가 고열에 그을리고, 얼굴에 못이 박히고, 사지가 절단되는, 이른바 하드고어 요소는 변함없이 강도가 높다. 일반 관객은 얼굴을 찌푸리고 눈을 가릴 만하다. 그러나 스타일리시한 화면, 세련된 슬래셔(살인장면이 잔혹한 공포물) 스타일은 호러 마니아에게 크게 어필할 것이다. 물론 준비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폐인이라면 관성적으로 극장을 찾게 될 듯. 11일 개봉.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