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으로 얼룩지는 초여름..토종 vs 서양 공포영화 한판 격돌

대표적인 '여름용' 장르였던 공포영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 실종된 듯한 이상 기후와 맞물려 개봉 시기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아니 이젠 더 이상 계절을 가리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부터 공포 영화들이 하나둘씩 관객들을 찾아오고 있다. 초여름 더위를 식혀버릴 만한 공포영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토종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한국 공포영화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아파트'(감독 안병기, 제작 토일렛픽처스)다. '가위', '폰', '분신사바' 등 오직 공포영화만 연출해 온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고소영이 거의 4년 만에 컴백작으로 선택한 영화다. 매일 밤 9시 56분 동시에 불이 꺼지는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의문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그리며, 베스트셀러 만화가 강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귀신과 괴성으로 상징되는 단순 공포가 아닌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꾀한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송윤아, 이동욱 주연의 '아랑'(감독 안상훈, 제작 더 드림&픽쳐스-DRM엔터테인먼트)은 한 여인의 복수극을 배경으로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여형사의 활약을 그린 '공포액션' 영화. 반면, '구미호 가족'(감독 이형곤, 제작 MK픽쳐스)은 '무늬만 공포영화'에 가깝다. '구미호'라는 전통적인 공포 소재만 차용했을 뿐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가 주를 이룬다. ▲ 깊이 있는 공포-'고전'의 리메이크 '2006년 6월6일'이라는 개봉일부터가 '살벌한' 영화 '오멘666'은 '오컬트 무비'의 대명사인 '오멘'(1976년 작)의 리메이크작. 리처드 도너 대신 '에너미 라인스' 등을 연출했던 존 무어가 감독을 맡았고, 그레고리 펙과 리 레믹의 자리는 리브 슈라이버와 줄리아 스타일즈가 대신했다. 원작의 공포를 충실히 현대식으로 재해석 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첨단의 시대에 이 같은 심령 공포가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77년 개봉됐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힐즈 아이즈'는 영상물 등급위원회로부터 최근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사실상 개봉이 힘들게 됐다. 알렉산더 아자 감독은 지난 2003년 '엑스텐션'으로 국내 첫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도 한국 시장과의 악연을 떨치지 못했다.

▲ 미국에서는 성공, 한국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작한 저예산 공포영화 '호스텔'은 지난해 미국 개봉 당시 첫주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며 제작비의 3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타란티노의 명성에 '걸맞게' 원초적인 유혈 낭자극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플래터'(사지절단) 공포영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3분 분량을 삭제한 끝에 겨우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만큼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일본에서 개발돼 4편까지 나온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사일런트 힐'도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평가가 양 극단을 오가고 있어 흥행 가능성은 역시 '물음표'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