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네 번째 對坐

〈제1보〉(1~17) =놓친 물고기는 언제나 월척(越尺)으로 기억된다. 구리는 뚜렷이 우세했던 바둑을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역전패했다.
그 아쉬움을 계속 마음에 담아둔다면 결승 5번기의 흐름도 알 수 없게 된다. 3국 이틀 뒤인 4월 19일. 둘 모두 초연한 표정으로 외견 상으론 달라진 게 없다. 다시 구리의 흑 차례. 그는 3국 종료 직후 “흑이건 백이건 상관없다”고 했다가 이내 “백이 약간 좋다”고 자신의 답변을 수정했었다.
4로 먼저 걸치자 5로 말뚝을 박는다. 7은 견실한 수법. 보통은 13이나 15 자리로 협공한다. 9의 취향이 독특하다. ‘가’의 날 일자가 상식적이지만 참고도 8 이하 12까지 상대가 기대기 전법으로 나오는 것을 피한 것. “구리의 바둑을 보면 항상 많은 연구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규병 九단의 감탄이다.
백도 잠시 뜸을 들이더니 10의 요소(要所)를 차지한다. 11 이하 16까지 선수로 눌러놓고 17로 갈라쳐 간 데 까지가 흑의 초반 구상. 백의 다음 한 수가 이 판의 골격을 결정할 것이다. 천야오예가 상체를 숙인 채 생각에 빠져든다. 그는 ‘나’, ‘다’, ‘라’ 중 어느 곳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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