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대세점 攻防

〈제2보〉(18~38)=천야오예(16)는 나이보다도 더 앳돼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렇다고 개구쟁이 타입은 아니다. 목소리도 나직하고 몸도 가냘픈데 생각은 깊어 보이는 인상이다. 전날 저녁 식사 직후 관계자들에게 “내 방에 전화 연결을 차단해달라”고 부탁하더란 후문. 기량도 기량이지만 품성에서 대가(大家)로 성장할 편린이 엿보인다.
18의 뜀을 선택했다. 우상 쪽 흑을 공격하면서 제공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미. 하지만 19로 한 칸 뛰고 보니 전판을 호령하는 대세점이다. 따라서 ‘가’의 곳을 선점한 후 좌상과 좌하귀를 맞보는 게 좀 더 유력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20 이하 30까지는 예정된 행마. 31로 귀를 판 수로도 역시 참고도 1로 뛰고 3까지 판을 짜는 게 바람직했다.
36은 선수(先手)를 뽑고 싶을 때 두는 수법. 37을 기다려 발 빠르게 38로 붙여갔다. 흑이 ‘가’로 토치카를 형성하지 않은 데 대한 응징인데, 아직도 ‘가’는 필쟁의 요소다. 언제나 그랬듯 이 바둑도 초반 천야오예의 일방적 장고와 구리의 속기(速棋)로 흘러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