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햇살이 더 뜨거워졌다

사관생도처럼 도열한 초록색 야자수 사이로 코발트 블루의 지중해가 선명하다. 뤼미에르 대극장의 레드 카펫은 아침 7시의 셔츠 같은 팽팽함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제 59회 칸 영화제가 오늘(17일)부터 28일까지 12일 동안의 항해를 시작한다. 최고권위의 황금종려상을 꿈꾸며 경쟁부문에서 상영될 작품은 13개국의 총 20편.
다르덴 형제, 짐 자무시, 라스 폰 트리에, 빔 벤더스 등 ‘거장들의 귀환’으로 불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칸에서 하나로 모아지는 특징을 찾기는 힘들다. 그 중에서 구태여 공통점을 꼽으라면 ‘유럽 편향’. 경쟁부문 20편 중 60%에 해당하는 12편(8개국)이 유럽 영화일 만큼 양적으로도 그렇지만, 프랑스의 대 식민지 정책(라시드 부샤렙의 ‘토착민’)이나 동유럽의 정치·사회 문제(슬라보미르 파비키의 ‘내가 세상의 종말을 보내는 방법’) 등 내용에서도 유럽에 확대경을 맞추고 있다.
칸 영화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는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면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에서 들려오는 비범한 목소리들을 올해의 칸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검증 받은 감독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여전하다. ‘귀환’의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켄 로치(영국), ‘악어’의 난니 모레티(이탈리아), ‘바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멕시코) 등, 칸이 사랑하고 지지했던 감독들이 다시 이 뜨거운 프랑스의 남부 휴양도시를 찾았다.

올해 칸 경쟁부문에서 아시아 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홍상수의 ‘극장전’이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한 작품도 없고(주목할만한 시선에 윤종빈의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주간에 봉준호의 ‘괴물’이 진출했다), 아시아 전체에서도 중국 류예의 ‘여름 궁전’ 단 한 편 만이 살아남았다. 그나마 ‘화양연화’ ‘2046’의 왕자웨이가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장쯔이가 심사위원을 맡았다는 점이 위안.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아시아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지만,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칸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올해도 비경쟁부문에 할리우드 영화들을 대거 초청, 일반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해변과 평행하게 달리는 크로아제트 대로는 탐 행크스(다빈치 코드), 할리 베리(엑스맨 최후의 전쟁), 브루스 윌리스(헷지)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대형 포스터가 이미 점령했다. 인구 7만의 이 작은 도시에 열 하루의 영화제 기간 동안 몰려들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무려 20만 여명. 수직으로 내리꽂는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칸은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