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영화 다빈치 코드

교회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일부 종교인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영화 ‘다빈치 코드’. 18, 19일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공격하는 ‘창’과 비난까지도 영화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방패’ 전략이 맞부딪치고 있다.
◆‘다빈치 코드’ 안 돼!
로마 교황청 문화장관인 폴 포퍼드 추기경이 9일 “소설 ‘다빈치 코드’가 교회의 역사를 왜곡하고 바티칸을 범죄단체 조직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한 데 이어, 그리스 정교회는 14일 “소설 ‘다빈치 코드’의 내용은 종교적이나 역사적 관점에서 완전히 허구적”이라고 지적한 전단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11일 가톨릭 신도들이 영화 상영을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필리핀에서는 에두아르도 에르미타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상영 금지를 촉구했다. 태국 기독교연합체도 영화 ‘다빈치 코드’가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얕은 태국인을 오도(誤導)할 수 있다면서 영화상영을 금지해 줄 것을 태국 정부에 촉구했다.
소설 속 광신도 집단으로 묘사된 ‘오푸스 데이’는 이 영화 제작사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오해’를 풀기 위해서 언론 비공개 관례를 깨고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를 하고 그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조직원들의 거주 건물을 공개하는 등 적극 해명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전 세계 최초로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던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을 포함, 국내 기독교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기총은 영화 개봉일부터 영화 안보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반면 개봉일 극장 좌석을 대량으로 단체 예매한 호주 성공회 교회들이나 토론회를 열고 있는 미국 일부 교회들처럼, 영화에 대한 흥미를 기독교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빈치 코드’ 이래도 안 볼래?
16일 오전 9시40분(현지시각), 런던 워털루 역. 부지런한 시민들 발걸음이 일순 멈췄다. ‘다빈치 코드 열차’로 명명(命名)된 특별 열차가 막 플랫폼을 벗어나면서 톰 행크스와 오드리 토투, 장 르노 등 주연 배우들이 차창 안에서 힘차게 손을 흔든다. 이 기차는 런던에서 칸까지 7시간 30분 동안, 1421㎞를 달려 칸에 도착한다. 이 여행은 최장기 무정차 기차여행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예정이다. 25개국에서 몰려온 100여명의 기자들을 포함해 모두 20량에 450여명이 탑승한 이 특별편은 2000㎡에 달하는 기차 외부를 영화 관련 장면들로 치장했다.
올해로 59회를 맞은 칸 영화제 역사상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개막작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보기엔 지나친 ‘물량’ 작전. ‘다빈치 코드’에 쏟아지는 기독교계의 공격을 가리고, 대중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깜짝 이벤트라는 분석이 많다.
이 영화는 개봉일까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사회를 열지 않을 방침. 사전에 일어날 수 있는 비난과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논란을 의식하듯, 이날 ‘다빈치 코드 열차’ 행사도 마치 비밀작전처럼 이뤄졌다. 새벽 6시부터 런던 워털루 역에 모이기 시작한 25개국 70여명의 기자들은 이날 프로그램 순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거의 받지 못했고, 오전 9시10분 ‘다빈치 코드 열차’ 명명식이 열릴 때까지 꼼짝 않고 역사 안에서 대기해야 했다. 단지 새벽 6시30분 집결 완료, 9시10분 열차 명명식, 탑승 중 15분간 배우 1인 인터뷰 등의 약속만 받았을 뿐이다. 녹음기와 카메라가 허용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