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심사위원장으로 어려운점? 바로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

“심사숙고 끝에 우리가 정한 두 가지 원칙은, 선글라스를 써도 된다는 것과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것입니다.”
엄숙하던 심사위원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졌다. 심사기준을 묻는 프랑스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심사위원장 왕가위<사진>의 대답(9명의 심사위원 중 선글라스를 쓰고 입장한 사람은 그 뿐이다). 제 59회 칸 영화제는 이렇게 능청과 유머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 칸의 심사위원단은 스크린 안과 밖이 착각될 정도로 빛나는 배우들로 가득하다. 중국의 장쯔이, 영국의 헬레나 본햄 카터, 이탈리아의 모니카 벨루치 등 사랑스런 여신들과 영국의 팀 로스, 미국의 새뮤얼 L. 잭슨까지 절반이 넘는 5명이 스타 배우.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역대 최연소 심사위원장인데): 나뿐만 아니라 중국, 그리고 아시아의 영광”, “(경쟁부문에 아시아 작품은 겨우 하나뿐이다): 실망하지 않는다. 더없이 훌륭한 아시아 영화들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고, 또 상영될 예정이니까”, “(심사위원이 아니라 심사위원장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지금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 하느냐는 것” 등의 질문과 대답이 나올 때마다, 기자회견장은 박수와 웃음으로 가득찼다.
왕가위는 유난히 칸의 지지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칸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외면해 왔다. 세 번이나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는 단 한 번도 인연이 없었다. ‘해피 투게더’(1997)는 감독상을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최고로 꼽는 ‘화양연화’(2000)와 2년 전의 ‘2046’에겐 어떤 영광도 주어지지 않았다.
심사위원 기자회견 다섯 시간 후에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개막식. 무대에는 영화 ‘2046’의 배경인 ‘동방주점’(東方酒店)의 간판을 재연해 세웠고, 영화음악이 연주됐다. 왕가위는 “아무런 편견없이, 어떤 선입견도 없이 나머지 8명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판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사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 스타일리스트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선글라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의 눈빛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