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액션영화] “이젠 널 보내주마”

아마도 ‘짝패’는 류승완 감독 작품세계에서 한 시기를 맺는 마침표 구실을 하는 영화일 것이다. 25일 개봉하는 이 멋진 작품은 시사회 이후 평자들로부터 ‘진짜 액션영화’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고 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주먹이 운다’까지 4편의 장편을 내놓은 그는 서로 적이 된 옛 친구들의 대결을 그린 ‘짝패’에서 직접 주연까지 맡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알려진대로 액션영화에 몰입했던 영화광 시절을 거쳐온 그에게 ‘액션’은 ‘취향’이고 ‘향수’이며 ‘뿌리’이기까지 한 것. 일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온 류 감독을 만났다.
―‘액션’에 대한 오랜 갈증을 푼 것 같다.
“나를 감독으로 이끈 것이 어린시절 액션활극에 대한 열광이었으니까. 그런데 감독으로 영화를 한 편씩 만들면서 액션 장르 자체에 대한 흥분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요즘은 장르보다 인물이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여기서 좀더 시간이 지나면 본격 액션영화를 만들지 않게 될 것 같았는데, 그러면 무척 후회스러울 듯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완성으로 속이 후련한 느낌이 있다.”
―몸을 직접 쓰는 즐거움을 만끽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마치고나니 싹 사라졌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때 액션 연기를 직접 해낸 일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게 실감났다. 내가 출연하는 액션 장면 촬영 첫날 점프를 하다 무릎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어려운 스턴트도 아니고 발차기 후 착지하는 동작이었기에 더 당혹스러웠다. 마지막 액션 장면을 찍을 때는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아팠다. 그렇게 다 찍고나서 성룡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느꼈다.”
―‘짝패’에는 온갖 스타일의 액션이 혼재되어 있다.
“‘짝패’는 ‘영웅본색’의 인물들이 ‘차이나타운’에 들어가서 ‘폴리스 스토리’의 액션을 펼치는데 그걸 ‘와일드 번치’ 스타일로 편집하는 영화라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있다.(웃음) 그러나 좋아하는 감독들 작품을 인용하고 싶은 영화광으로서의 흥미는 더 이상 없다. 그런 취향이 내 속에 육화되었다면 버리고 싶진 않다. 그것도 내 일부니까. 그러나 일부러 닮으려 노력하고 싶진 않다. 내가 샘 페킨파나 마틴 스코세지, 혹은 성룡이 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다른 영화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어차피 배우로서 내 모델이 로버트 드 니로는 아니었다. 리 마빈처럼 평생 딱 두 가지 표정으로 연기한 배우들도 있지 않나.(웃음) 좋은 배우들을 보면 ‘접신’의 순간이 있다. 그런데 난 그런 순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직접 주연까지 맡아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서 배우들께 죄송하다.(웃음)”
―왜 유독 액션 영화에 애착을 느끼나.
“영화는 내가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방식인데, 액션 영화의 기본 정서가 바로 분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엔 여전히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현실들이 널려 있다. 액션이란 형식은 판타지와 만나면 희극으로, 현실과 만나면 비극으로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류승완이라는 감독은 경쾌한 취향과 비극적 세계관이 맞부딪치는 지점에서 에너지가 솟는 연출자인 것 같다.
“내 영화 키워드를 스스로 ‘충돌’이라 생각한다. 영화광 류승완과 자연인 류승완의 충돌에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이젠 그 충돌 자체가 내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는가.
“난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세상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난 재능이 특출난 사람이 아니다. 깊이 있는 사고체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