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엄태웅, 능청-뻔뻔-단순 '일상같은 연기'

'배우의 탄생'이다. 18일 개봉된 영화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 인간관계에 대한 섬세한 터치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이 영화에서 엄태웅의 '자유로운' 연기는 관객들을 유쾌하게 한다. "드라마 '부활'이 끝나고 나서 좀 쉬고 싶었어요. '가족의 탄생'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참 재밌더라구요." 고두심, 문소리 연기파 대선배와 동료가 포진해있으니, 살포시 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한 마디로 오산이었다. 간신히 금연에 성공했는데, 극중 흡연 장면을 찍다가 다시 줄담배가 되기도. 지난 설 때 다시 이 악물고 담배를 끊기는 하였으나 그만큼 촬영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이야기다. "만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엄태웅이 맡은 '형철'이란 인물은 비일상적인 설정의 가운데에 있다. 가출했다가 5년 만에 누나(문소리)를 불쑥 찾아온다. 스무 살 연상의 아내(고두심)를 달고. 능청스럽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 여기저기 안 끼어드는 곳이 없고,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사고의 소유자다. 여기에 설상가상(?), 금상첨화(?), 비록 목소리 연기만 하면 됐지만 대선배와의 베드신도 있다. 그런데 누나(엄정화)에게 용돈 타 쓰면서, 오랜 무명시절을 버틴 내공이 빛을 발하는 걸까. 엄태웅의 연기는 장면 곳곳에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긴장과 이완이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면서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형철의 감정 속으로 끌어들인다.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섬세한 연기는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사실 드라마 '쾌걸춘향'에서 비열한 캐릭터, '엄포스'란 별명까지 안겨준 '부활'에서의 넘치는 카리스마, 비록 중단되긴 하였으나 '늑대'에서의 유들유들한 마마보이까지, 그는 어떤 역을 맡아도 완벽한 주문형 연기를 펼쳐보였다. 이번에도 그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은 셈. 청바지와 '츄리닝'이 의상의 80％라는 소탈한 성격의 이 남자가 보여주는 솔직담백한 색깔은 관계와 사랑에 대한 지성적인 접근으로 빛이 난다. 세 커플이 빚어내는 다양한 스캔들을 유쾌하게 녹여낸 영화 '가족의 탄생'은 그래서 엄태웅의 팬들에게 또 다른 오감 만족을 안겨줄 듯.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