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자들', '폭력사회' 처절한 풍자 인상적

정말 특이한 영화다.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영화의 현실에서 이처럼 색깔 있는 영화가 나온 건 정말 주목할 만한 일이다. '코믹 잔혹극'을 표방하고 있는 영화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조용한 가족'과는 또 다른 색채를 풍긴다. 진한 불쾌감이 밀려온다. 이해할 수 없는 정신병적 상황에 빠져들면서 머리도 복잡해진다. 그런데 묘한 카타르시스 같은 게 느껴진다. 정말 희한한 영화다. 바람둥이 성악과 교수 영선(이병준)은 제자 인정(차예련)을 새로 뽑은 흰색 벤츠에 태우고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간다. 그러나 교통경찰 문재(한석규)에게 신호 위반으로 걸리면서 불길한 하루를 예감하고, 아니나 다를까 '못된 짓'을 하려고 간 강가에서 비호감 사내 무리(오달수, 정경호, 신현탁)를 만난다. 영선을 피해 달아나다 길을 헤맨 인정은 우연히 터미널까지 데려다 준다는 청년 봉연(이문식)을 만나지만, 봉연이 잠깐 들르겠다고 간 곳은 영선과 비호감 사내들이 있는 강가. 한없이 순박해 보이기만 하던 봉연과 비호감 사내들은 여기서부터 묘하게 변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진다. 단 8명의 배우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이 영화는 '폭력의 악순환'과 '폭력에 길든 인간'의 상태를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풀어낸다. 그 바탕에는 '왕따'에 대한 문제의식이 숨어 있다.

애초에 제한된 공간과 배우로 만든 영화이니 만큼 큰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런 배우들의 연기가 2시간을 끌어가기엔 크게 모자람이 없다. 외모부터 '비호감의 지존'으로 나오는 오달수는 정경호, 신현탁과 함께 코믹잔혹극의 '코믹' 부분을 잘 소화해냈고, 이문식은 '마징가Z'의 아수라 백작처럼 순박함과 포악함이 공존하는 연기를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등장하는 신은 적지만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한석규도 제대로 악랄하게 나왔다. 특히 능글맞은 교수로 나오는 이병준은 이 영화의 히든카드다. 실제 오페라 교수이기도 한 이병준은 뽀글 파마에 큰 눈을 굴리면서 느끼하고 비굴한 인간의 모습을 너무도 코믹하게 잘 그려냈다. 하지만 암모니아 냄새를 견뎌내야만 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홍어회처럼, 이 영화는 많은 사람이 무난하게 맛있게 즐길 만한 음식이 되기엔 맛이 너무 독특하다. 31일 개봉.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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