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우세 掌握

〈제8보〉(142~164)=이 바둑에서 구리가 사용한 시간은 2시간 43분. 속기파(速棋派)인 그가 이번 결승 5국 중 가장 시간을 많이 쓴 바둑이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구리의 손놀림은 경쾌했다. 흑 ? 한 점이 워낙 명당이어서 바둑은 백이 괴로운 장면인데, 142 단수 때 143으로 따낸 수가 결정적 실착. 노 타임으로 놓여진 이 한 수는 이후 흑의 고전(苦戰)과 장고(長考)의 원인이 된다.
143으로 144에 되단수 쳐 백 ‘가’ 때 143으로 봉쇄했더라면 백의 수습이 쉽지 않았으리란 중론. 144로 머리를 내밀어선 밝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150이 또 한 번 좋은 수. 흑은 151 자리의 약점 때문에 152로 섣불리 끊지 못했다. 참고도는 백 만족이다.
152로 이어가선 집도 많고 곤마도 다 해결한 백의 승리가 거의 굳어진 느낌. 164의 통렬한 코붙임을 구사하는 천야오예의 손길이 의기양양하다. 구리가 당혹한 표정으로 한숨을 쉰다. 그러나 승리의 길은 멀고 험한 법. 바둑은 이후에도 숱한 반전(反轉)을 거듭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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