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속 대재앙' 포세이돈, 흥행도 삼킬까?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13개의 여객용 갑판, 800개의 객실을 갖춘 초호화 유람선 '포세이돈'이 집채만한 파도에 넘어진다. 올드랭사인을 들으며 선실에서 우아하게 새해를 기다리던 승객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물에 빠져 죽고, 화염에 불타 죽고, 집기에 맞아 죽는다. 나갈 구멍도 없는 이 곳에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도박사 딜런(조시 루카스), 전직 뉴욕시장 로버트 램지(커트 러셀), 그의 철딱서니 없는 딸(에미 로섬) 등이 짝을 이뤄 나선다. 34년만에 리메이크되는 재난 영화의 대표작 '포세이돈.' 1억50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재창조해낸 거대한 스펙터클은 원작을 뛰어 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예고한다. 오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감독 볼프강 페터슨, 커트 러셀, 에미 로섬, 조시 루카스 등을 일본 도쿄 롯폰기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감독=볼프강 페터슨 -데뷔작인 '유보트'에서는 허무주의가 엿보이는데 이번 작품은 희망적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치관이 바뀌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나니 인생관이 바뀌더라. 인생이란 비극과 희망이 섞여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동생을 찾으려는 누나는 죽고, 자살을 결심하던 게이는 산다. 특별히 그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는가. ▲삶과 죽음은 공평하지 않다. 이 둘은 예측 불가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차기작은. ▲인생은 사랑, 미움, 폭력, 감정 이 모든 것이 버무려져 있다. 이것들을 하나로 압축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전쟁영화라고 생각한다. 외계인과 지구인이 싸우는 작품을 구상 중이다. ★커트 러셀 -전작 '분노의 역류'에서 소방관으로 나오는데, 이번에는 소방관 출신의 전직 뉴욕시장으로 나온다. 무슨 연관성이 있나. ▲그냥 우연이다. 전직 소방관으로 설정된 것은 현실감을 부여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영웅주의를 다룬 게 아니고 절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 인물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전작과 비교하면 주인공인 진 핵크만과 나는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9세에 아역 배우로 데뷔해 40여년 넘게 영화를 하고 있다. 영화의 선택 기준이 궁금한데. ▲첫째는 감독이 좋아서, 둘째는 상대 배우가 맘에 들어서, 셋째는 사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서다. 마지막 이유는 맘에 드는 대본을 연기로 표현하는게 좋아서다. '포세이돈'은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인데 페터슨 감독은 이 장르의 대가라 이 작품을 택했다. -과격한 신이 많았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뛰고, 넘어지고 해서 힘들었다기 보단 물에서 찍는 신이 많아 감전 등 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많이 어려웠던 영화다. ★에미 로섬 -구르고 부딪히고 물속에 빠지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은데. ▲스쿠버 다이빙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굉장히 무서웠다. 하지만 감독이 동기부여를 해서 재미있게 임했다. -72년작 원작을 봤는가. ▲일부러 안봤다. 그 영향을 받는 게 싫었다. 새롭게 재창조하고 싶었다. -다른 재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운 재난은. ▲화산 폭발이 가장 무섭다. 이번 영화의 매력은 일상의 가면을 벗고 그 사람의 본질에 가까이 간다는 것이다. 재난 영화에 첫 출연한 게 아니어서 스스로 베테랑이라 생각했는데 결코 아니었다. -전작인 '미스틱 리버', '포세이돈' 등 두 영화에서 모두 돈독한 부녀관계를 자랑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이혼해서 싱글맘 아래서 자랐다. 그렇지만 아버지와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다. 엄마가 사진작가라 그녀의 끼를 물려받은 거 같다. -실제로 위험에 닥치면 어떤 스타일인가 ▲소수일지라도 위험에 맞부딪혀서 탈출을 시도하는 쪽이다. ★조시 루카스 -물 속에서의 촬영이 특히 많은데 어떤 연습을 했는가. ▲집의 풀장에서 숨쉬는 기술, 물에 익숙해지는 연습 등을 했다. 불길이 치솟는 물 아래에서의 신이 있는데 이를 롱테이크로 찍고 싶어서 많은 연습을 했다. -의도하지 않게 영웅이 되는데 나중엔 희생정신을 발휘하기까지 하더라. 실제로 공감이 가는 캐릭터인지. ▲내가 맡은 역은 의도적으로 영웅이 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엄청난 재난 앞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실제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더 생기기도 했다. -멜로 라인도 잘 어울리던데. ▲하하, 아름다운 여인과 로맨스에 빠지는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사실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에 욕심이 난다. 이번에는 재난영화를 찍으면서 엄청 고생했으니 다음에는 로맨틱물을 선택할까?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면 이번 감독과는 도전을 통해 배우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스포츠조선 유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