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 다운] 영화 '가족의 탄생'

▲ '가족애' 따뜻한 시선
다양한 캐릭터 아우르는 연출력 탁월
배우들 앙상블 연기…잔잔한 울림 모든 예술의 비평과 감상은 주관적인 작업입니다. 영화 역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츠조선은 이같이 한 영화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업 앤 다운'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열린 시각으로 영화팬들과 호흡하고자 하는 이 코너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주>

제목도 그렇고, 두 가족사를 다룬 내용도 그렇고, 그리피스 고전 '국가의 탄생'을 인용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 제작 블루스톰)은 그처럼 거창한 주제보다 소박하고 일면 노골적일 정도로 진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그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남동생 '형철'(엄태웅)이 오랜만에 누나(문소리) 앞에 나타났는데, 글쎄 그의 곁엔 스물여덟살 연상의 부인 '무신'(고두심)이 딸려있다. 또 다른 가족은? 로맨티스트인 엄마 '매자'(김혜옥) 덕에 현실주의자인 딸 '선경'(공효진)은 배다른 남동생을 두고 있다. 남자 친구(류승범)와의 관계도 안좋은 상황에서 엄마의 정부까지 선경을 괴롭히고…. 아무튼 딸의 삶은 갑갑하기만 하다. 한편의 캐릭터는 삶의 무게에 몸부림치지만, 다른 한편은 그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협화음'은 종종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할 만큼 사실적이다. 영화의 힘은 현실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설정을 그럴싸하게 구현한 데 있다. '여고괴담 2'의 김태용 감독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2대에 걸친 두 가족의 일곱 구성원들을 제각각 특색있고 비중있는 캐릭터로 그려낸 연출력은 탁월하다. 배우들의 가식 없는 연기도 특기할 만하다. 능글맞은 엄태웅, 삶의 고단함을 한몸에 보여준 공효진 등 몇몇 '튀는' 배역이 있지만 시나리오에 충실한 것일뿐, 배우들은 실내악단의 단원처럼 독주보다는 앙상블의 묘를 한껏 즐기고 있다. '가족의 탄생'은 시종 나지막이 진행되고, 고양감 넘치는 클라이맥스도 딱히 보여주지 않는다. 후반부에 두 가족을 융화시키는 묘한 인연이 신선한 반전이랄까. 영화는 구성원간의 몰이해와 애정 갈증, 그러면서도 화합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노곤한 갈등 뒤에 떠오르는 긍정적이고 근원적인 가족의 사랑. 바로 영화의 박진감이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

▲ '관객 몰입' 2% 부족
스토리 전재 급반전 다소 아쉬워
라스트신 기발한 발상 소화 미흡 영화 '가족의 탄생'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더 나아가서 '만남'과 '인연'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주는 영화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다. 메인 포스터 제목 윗부분에 살짝 쓰여있는 문구처럼 '스캔들이 넘치는' 관계들이다. 그만큼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고 문제의식 역시 돋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일단 상업영화는 어떤 식으로든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가족의 탄생'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11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감감 무소식이다가 5년 만에 연상의 여자 무신과 함께 누나를 찾아와 속을 뒤집어 놓는 형철의 등장은 극 초반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참 기가 막히지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형철의 돌연 가출 후 등장하는 선경과 엄마 매자의 이야기는 '밝음'이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어둠'으로 바꿔버린다. 사랑이 너무 헤픈 엄마 때문에 사랑에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선경의 모습과 모녀간의 갈등은 삶의 또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부터 급격히 느려지고 안으로만 파고드는 호흡이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기 시작한다. 세번째 에피소드인 소심한 남자 경석(봉태규)과 사랑을 퍼주는 여자 채현(정유미)의 이야기는 다시금 집중의 박수를 '짝짝짝' 받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어느새 시계로 향하기 십상이다. 애정의 결핍과 과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석과 채현의 대립 구도가 계속 반복되면서 슬슬 짜증감이 밀려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라스트 신이다. 세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끝을 향해 치달은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기발했던 발상 만큼 답안이 신선하지 못했다. 두 엄마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 그리고 그 딸과는 '헤어졌다'는 한 남자의 희한한 식사 장면에서 훈훈함보다 코믹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