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백의 過欲

〈제9보〉(165~182)=천야오예는 앳된 얼굴과는 달리 노련한(?) 측면이 있다. “0대2로 뒤진 채 서울에 올 때 전패를 각오했었다.”, “구리 선배는 압박감이 심했던 모양인데 나는 그런 것 없다.”, “최연소 세계 우승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답변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는 ‘중국판 애늙은이’라 불러 손색이 없을 것 같다.
165로 젖혔을 때 166에 뻗은 것도 호수(好手). 여기서 흑 ‘가’는 참고도 백 2로 끊겨 10까지, 엉뚱한 곳에 화가 미치게 된다. 168로 169는 손 따라 두는 수로 흑 3점이 살아가 실전보다 손해다. 결국 174까지 외길 수순. 아직은 백이 잘 싸우고 있다. 175로 중원의 경계선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부란 이름의 드라마는 언제나 무미건조한 엔딩을 피한다. 극적 장치를 마련해 놓는다는 뜻인데, 182가 그 첫 발자국이었다. 한 마디로 과욕(過欲)의 한 수. 은인자중 해오던 흑은 물실호기, 가슴에 품고 있던 비수(匕首)를 꺼내 든다. 흑 회심의 노림수는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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