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병욱 "서른넘으니 맘 편해져"

'방과 후 옥상'에서 하석진과 맞짱을 뜨던 복싱부원. '싸움의 기술'에서 재희를 괴롭히던 못된 학생, '마이 캡틴, 김대출'의 시골 양아치…. 이쯤 되면 대강 얼굴이 떠오른다. 이름은 아직 익숙지 않지만…. 하지만 영화배우 손병욱의 모습은 영화 속과 너무 달랐다. 뽀얀 피부에 적당한 체격이 건실한 청년의 느낌을 풍겼다. 신인배우 같지만 손병욱은 사실 데뷔 11년차의 베테랑이다. 대학(서울예대 영화과) 2학년 때인 지난 95년 당시 연출부로 있던 학교 선배 김성수 감독('야수' 연출)의 추천으로 영화 '꼬리치는 남자'로 데뷔했다. 이후 '투캅스', '무사' 등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하다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주로 단편 독립영화에 출연해왔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손병욱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화랑선발대회' 1등을 했던 이색경력도 갖고 있다. 그래도 이 '화랑' 타이틀 때문에 '영화인'의 꿈에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학교가 "우리 학교에서도 배우 하나 나올 때가 됐다"며 서울에 있는 연기학원에 등록까지 시켜주면서 팍팍 밀어줬던 것. 원래 배우를 꿈꿨지만 제대로 된 연기를 위해 연출 공부부터 했다. 대학 때는 교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단편영화 경연대회에서 1등을 먹기도 했단다. 최근 '센' 역할을 잇달아 맡으면서 어느 정도 얼굴을 알리기는 했지만, 나이(31세)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정작 손병욱은 여유로워 보였다. "사실 서른 살이 막 될 무렵에는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런데 '스타'라고 불리는 어린 친구들과 연기를 해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제가 그동안 겪었던 과정들은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이 생기던 걸요." 손병욱은 '멋진' 역할에는 별 관심이 없다. '바람난 가족'에서의 황정민이 맡았던 역할처럼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역을 꼭 맡고 싶단다. 손병욱의 목표는 송강호의 디테일과 한석규의 멋, 이병헌의 감수성을 갖춘 배우가 되는 것. '완벽한 배우'의 꿈을 위한 손병욱의 발걸음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