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 ‘스폰지’로 빨아들인다

이번 일주일간의 칸 출장에서 그는 또 십여 편의 영화를 ‘독점’하고 ‘선점’했다. 감독상을 받은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 스페인의 악동, 알모도바르 감독의 ‘볼버’ 등 경쟁부문 화제작은 물론, 프랑소와 오종, 미셀 공드리, 미카엘 하네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등의 신작이나 제작 중인 작품을 계약했다.
어쩌면 ‘과잉’(아직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한 신작만 20편이 넘는다. 그중에는 라스 폰 트리에의 ‘만덜레이’,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도 있다)으로까지 보이는 스폰지의 전략이 산업적인 성공모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에는 영국 영화사에 보낼 송금날짜를 며칠만 미뤄달라고 부탁했더니, ‘리보 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로 이자를 쳐달라고 해서 황당했다(스폰지 직원 누구도 그 용어를 몰랐다고 한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지난해에도 수지는 겨우 맞췄지만, 아직 수익이 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분명한 건, 상영기회를 박탈당하거나, 기껏해야 며칠 보이고 말 좋은 영화들을 볼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 상업영화의 규모와 속도에 지친 관객들이 스폰지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29일 저녁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38) 대표는 인터넷카페 ‘스폰지 하우스’ (cafe.naver. com/ spongehouse.cafe)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요약하면, “자, 한 주 쉬었던 일요일 브런치 시사가 ‘압구정스폰지’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뤽 베송 감독의 데뷔작 ‘마지막 전투’…”. 일주일간의 칸 영화제 출장을 다녀온 직후였다. 30일 오전, “저요, 저요”를 밝힌 댓글은 벌써 30개. 스폰지가 지난달 압구정동에 문을 연 소극장 ‘압구정 스폰지’의 총 좌석 수는 80석이다.
갈수록 오그라드는 한국의 ‘작은 영화’ 시장에서, 스폰지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2년 ‘판타스틱 소녀백서’ 등 4편을 수입·개봉해 4억 매출을 올렸던 이 영세한 영화사는 지난해 60억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0 편 개봉에 100억 매출을 바라본다”. 국내 최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보다도 두 배가 넘는 물량이다. 적게는 1000만원 안팎에 수입한 ‘작은 영화’를 소규모 개봉해 거둔 성취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브로큰 플라워’ ‘라스트 데이즈’ 등이 그 보석 같은 이름들이다. 올해부터는 종로의 시네코아 2개 관과 압구정스폰지 극장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본영화 등 조금 더 대중적인 작품은 350석·240석 규모의 종로에서, 유럽영화 등 조금 더 마니아 취향의 영화는 압구정”에서 개봉 중이다.
조 대표의 생존전략은 ‘마케팅 무용론’과 ‘선점과 독점’. “양념 잘못 넣어 좋은 재료 버리지 않겠다”는게 ‘마케팅 무용론’이고, “좋은 영화는 먼저, 그리고 반드시 산다”가 ‘독점과 선점’(덕분에 경쟁 업계에서 욕도 많이 먹는다) 전략이다. 영화잡지 광고는 끊었고, 시사회도 한번 뿐이다. 대신 회원 9000명이 넘는 카페 ‘스폰지 하우스’가 소통과 마케팅의 공간. 음료와 조각 케익(물론 공짜는 없다!)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일요일의 ‘브런치 시사’도 그런 쌍방향 노력의 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