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06.01 10:33 | 수정 : 2006.06.01 10:33

인터뷰 전엔 은근히 겁도 났다. 질문 잘못하다가 맞는 건 아닐까. '짝패'(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서울 액션스쿨)에서 무술 고수로 관객에게 서늘한 기운을 전달하는 김효선. 예상대로 그의 언변과 몸짓은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말투에는 자분자분 '여성스런' 뉘앙스가 가득했고, 연기를 섞은 듯한 표정엔 하이틴 소녀의 장난기마저 느껴졌다.
"원래 내성적이고 겁 많고 공주병 기질이 다분했던" 그가 어떻게 강인한 남성성을 더한 야누스의 매력을 지니게 됐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 가수를 꿈꾸다 당시 기획사에서 운동하는 곳이 있다고 소개받은 데가 바로 '서울 액션스쿨'이에요. 평소 성룡의 액션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무술의 현란함에 압도당했죠."
'연예인 활동에 장점이 되겠다' 싶어 이 별천지에 입학했다. 하지만 수난의 시작. 전까지 운동이라곤 수영, 뜀뛰기밖에 몰랐던 김효선에게 기초체력, 현대 액션, 사극, 우슈, 레펠, 와이어 등으로 짜인 커리큘럼은 생지옥을 선사했다. 온몸에 멍이 훈장처럼 새겨졌다. 하지만 남자들 세계에서 생존하기란 육체적 고난 이상의 대가를 요구했다. 변변한 시설이 없어서 화장실 문을 걸어놓고 도둑 샤워를 하던 기억은 끔찍하다. 스무 살 초반 꽃다운 나이에 '숙녀답게' 치장하지 못한 비애는 무엇에 비하랴. 눈물도 많이 흘렸다. 동료들 얘기론 세숫대야로 퍼 날라야 할 정도. 스승인 정두홍 무술 감독은 피도 눈물도 없는 치도곤으로 설움을 배가시켰다.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감독님이 너무 미워서 보기도 싫었던 적이 있어요. 요즘 와서 감독님은 '내가 널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저야말로 감독님을 만난 게 행운이죠. 절 발탁했을 뿐 아니라 철저히 동기부여를 해주신 분이시니까요." 6년간의 혹독한 담금질을 통해 김효선은 서늘한 눈매와 굴곡진 몸매, 번득이는 운동신경을 지닌 '미모의 액션여배우'로 태어났다. CF, 드라마를 통해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의 존재감은 '짝패'를 통해 극대화된다. 극중 '김효선 표 매력'은 대사도 적고 이름마저 불분명한 '여비서'에 놀라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효선은 일단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다음 목표는 액션배우의 꼬리표를 떼는 것. 7월 3일 첫 방송되는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 이덕화가 운영하는 내과의 섹시한 간호사로 출연하며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간다. "액션을 하는 배우가 아니라 액션도 하는 배우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물론 '짝패'처럼 액션이 강한 배역이 들어와도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연기 비중을 더 늘리도록 욕심 부려야겠죠."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