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부르튼 국수

〈제4보〉(73~91)=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대국장에 들렀다. 천야오예에게 오후 2시까지 배정된 식사 겸 휴식 장소다. 소년은 고개를 꺾은 채 홀로 수읽기에 빠져 있었다. 그 뒤쪽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인 국수 그릇 하나. 퉁퉁 불어터진 면(麵)발이 절반쯤 담겨 있다. 국물만 쪽 짜먹은 게 분명했다. 구리는? 검토실 바깥에 내 놓인 볶음밥 접시도 절반이나 남았다. 전쟁 통에 입맛이 있을 리 없지. 대국 때만 봐선 프로 기사란 결코 웰빙 직업이 못 된다.
75는 백이 ‘가’로 건너붙여 끊는 수에 대한 방비책. 78 때 79의 붙임이 묘수였다. 이 수로 참고 1도 1은 6 이후 A와 B를 맞봐 대마가 잡힌다. 83 또한 정수로, 참고 2도 1이면 2로 파호당해 살지 못한다(4…?). 86까지 상변 전투도 일단락.
선수를 잡은 흑이 87로 88을 강요한 뒤 89, 91로 좌변 백진을 삭감한다. 상중앙 흑의 보강과 함께 중앙 백에 대한 위협도 보고 있다. 검토 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흑이 기분 좋은 흐름”이라 외친다. 이제는 ‘나’가 한눈에 들어오는 요소다. 백은 과연 그곳을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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